쿠바 그리고 멕시코를 그려본다.
드디어 쿠바에 간다.
이십 대 초반부터 쿠바로의 여행을 품어 지냈으니 드디어 가게 되는 게 맞다.
얼떨떨하기도 하다. 내가 쿠바, '너'에게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이십 대 초반 당시엔 쿠바가 지도상에 정확히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도 잘 몰랐다.
(어디서 주워듣기로는)'체 게바라, 살사, 올드카, 자유가 제한되어 있는 담장 안의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들'이라는 게 쿠바에 대해 거진 알고 있는 내용의 전부였다.
그랬는데, 그때 아는 동생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어떤 프로젝트에 우수하게 뽑히면 쿠바로 갈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다 했었다.
사실, 당시엔 쿠바라는 나라보단 그곳에 너무나도 가고 싶어 했던 그 친구의 열정과 작업에 대한 집중도가 내겐 좀 더 와 닿은 듯싶었다.
그런데, 그 아는 동생은 아쉽게도 결과에서 떨어져 쿠바로 향하지 못했고..
못내 쿠바로 향하지 못한 그 동생의 진한 아쉬움이 내게도 전해져 왔는데, 쿠바란 대체 어떠한 곳일까 사뭇 궁금해졌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으리라.
막연히 알았던 나라, 쿠바에 대해 내가 주섬주섬 눈과 귀를 열었던 것이.
허나 중남미 여행이라는 것이 도통 긴 시간과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그간 쿠바 여행 자체를 아예 일상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았던 것 같다.
언젠가 갈 수 있겠지라는 막연하고 아련한 기대만 품고서.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리 긴 기간은 아니지만, 2주간의 휴가가 올 12월에 주어졌다.
일 년의 끝자락쯤에 가게 될 이 숨통 트일 휴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대체 어디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다 그래 쿠바가 있었지, 이제는 쿠바로 가보자로 이 여행이 시작되었다.
강렬한 색채가 리듬이 되어 연신 춤을 출 것 같은 나라.
이 나라는 왠지, 오랜 세월 켜켜이 배인 고목나무의 낡았지만 정겨운 결을 쓰다듬듯, 그곳만의 친밀함을 와락 내게 내밀 것만 같다.
그래, 방방 뜨는 기대감이나 설렘은 분명 아닌 듯 하고 내가 붙들고 있었던 오래된 시간의 쉼표 하나쯤은 되지 않을까.
이제 출발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쿠바로 입국하기 위해선 반드시 관광객 비자를 소지해야 한다길래, 국내 한 여행사를 통해 발급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