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의 전략
회사에서 나의 닉네임은 '엑셀의 달인'이다.
이 닉네임을 언제부터 넣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한 20년쯤 된 것 같다. 당연히 엑셀을 입사하기 전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었다.
입사 후 첫해에 나는 마케팅으로 배정이 되었고, 당연히 나의 업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한 페이지의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었다.
이 한 페이지는 엑셀로 만든 보고서였고, 정말 한 페이지가 꽉 찬 숫자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나의 역할은 그 안의 숫자를 매일 최신 숫자로 업데이트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Source의 데이터를 다운로드하여서 한 페이지의 리포트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시간도 많이 걸리는 일이었고, 다양한 데이터를 가공하다 보니 당연히 실수도 생겼다.
한 달 정도 동일한 일을 반복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해야 되지?'
그때부터 반복적인 일이 예상되는 엑셀의 작업은 무조건 자동화한다는 철칙이 생겼다.
동일한 일을 하는데 남들보다 2배 더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마우스 대신 키보드를 써야 한다.
마우스는 편하지만, 원하는 기능을 입력하거나 사용하기 위해서 여러 번 움직이거나 클릭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그래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의 단축키를 외워서 키보드로 쓰게 되면, 다른 사람들보다 최소 2배 이상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엑셀 표에서 필터 설정을 한다고 해보면, 마우스를 이동하고 필터 기능을 찾아서 클릭하는 시간과 Ctrl + Shift + L을 눌러서 필터를 적용하는 시간은 최소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딱 10번만 마우스를 움직이려는 편안함을 참고 키보드의 단축키를 쓰는 연습을 해보면, 그다음부터는 그 기능은 절대 마우스 쓸 일이 없을 것이다.
모든 기능의 단축키를 외울 필요는 없다. 자주 쓰는 기능의 단축키를 찾아서 외우면 된다.
- 단축키가 없는 경우 마우스의 움직임이나 클릭 수를 최소화한다.
모든 엑셀의 기능이 단축키를 제공하지는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우스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경우에는 "빠른 실행 도구 모음"에 해당 기능을 찾아서 넣어주고, 리본 메뉴의 아래쪽으로 빠른 실행 도구 모음을 배치해서 마우스의 원클릭으로 해당 기능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물론 빠른 실행 도구 모음에 넣고, 나만의 단축키를 지정하는 방법도 있다.)
결론은 어떤 방식이던 엑셀 기능들을 좀 더 빨리 작동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엑셀에서 수작업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보다 정확도를 2배 향상하는 방법이다.
일단, 복사해서 붙여 넣는 방식은 Raw 데이터를 넣기 위한 방식에만 적용한다. 이 경우 기존 데이터의 포맷대로 붙여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Raw 데이터를 포맷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중에 자동화를 시키더라도 이 부분은 너무나 중요하다)
이 외에 어떤 수작업도 허용해서는 안된다. 이를 허용하는 순간 바로 실수의 Risk 가 생기는 것이고, 정확도는 보장되지 않는다.
내가 처음 입사해서 받았던 리포트는 이 수작업이 엄청나게 많고 복잡했던 리포트였다. 이를 수식으로 자동화하고 나서는 기존에 2시간 이상 소요되던 작업이 30분 이하로 줄었다. (Raw 데이터 몇 개만 다운로드하여서 붙여 넣으면 끝났기 때문이다.)
이미 수년동안 선배들이 작업하던 파일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없이 이 작업을 반복적으로 했던 것인데, 이렇게 줄이고 나니 주변에서 다른 리포트들도 봐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동화라는 것이 RPA (Robotics Process Automation)나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하라는 말이 아니다. Macro 나 VBA를 쓰지 않고 그냥 엑셀의 기본 Function 인 Sumif, Vlookup, Index, Match 함수를 사용하기만 해도 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함수들은 안 보고도 자유자재로 넣을 수 있도록 키보드로 손에 익혀야 한다.)
괜히 어렵게 엑셀을 만들지 말고 최대한 Simple하게 단순화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업무 영역이 각종 데이터를 다뤄야 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원칙은 같다.
수작업을 없애라. 그게 정확도를 2배로 올리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