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학창 시절 3당 4 락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하루에 3시간 자면 시험에 합격하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었는데, 야간 자율학습하고 독서실에 가면 항상 사람들이 많았었다.
좁은 칸막이 자리에 앉아 작은 등 하나를 켜고 그 자리에서 밤늦게까지, 때로는 새벽까지 공부하던 그 시절에는 모두가 그렇게 공부했다. 그래서 그게 당연한 것이었다.
독일로 취직이 되어서 왔을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언어였다. 고등학교 시절 암기로 외웠던 정관사의 격변화 (der des dem den die der der die das des dem das...)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머리에 남아있지 않았던 터였고, 독일에서 독일어 학원은 한글이나 영어가 아닌 독일어로 수업을 한다는 쇼킹한 사실, 더 나아가 모르면 독일어로 질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벙어리가 되게 만들었었다.
챗 GPT 도 없던 시절이라서 끊임없이 사전을 들척이며 단어를 외우고, 서로 못 알아듣지만 무언가를 말해야 하는 이 상황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미있기도 했다.
직장인이라서 야간 반을 다녀야 해서 피곤하기도 했다. 주말에는 그간 밀린 잠을 청하느라 공부할 시간도 없다고 느껴졌다. 이런 상황들을 수다로 나누면서 "정말 독일어 공부할 시간이 없다"라고 말했을 때, 출장자 중의 한 명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잠을 줄이면 되죠. 다 핑계예요".
마치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고 3 시절 야간 독서실에서 3당 4 락을 운운했던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지. 다 핑계지.
간절함의 문제인 거지.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