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통령과 '임을 위한 행진곡'의 경우
https://www.youtube.com/watch?v=95KjYUNl780
박근혜 정부 시절,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인지, '합창'할 것인지를 놓고 정치적 논쟁이 있었다. 그 때 그 논쟁을 보면서, 아무리 정치가 모든 일을 진영 논리에 입각해 쟁점화시키는 일이라고 해도, 참 소모적인 논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러한 논쟁의 사례로는 대한민국의 건국일을 광복 이후 정부수립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임시정부 수립일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이 있다.
5년 만의 보수정권 재창출 후, 많은 이들이 이번 5·18 기념식에서 제창과 합창 여부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제창으로 결정하여 이러한 논쟁이 불도 붙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기념식 당일 옆자리에 앉은 5월단체 사람들과 손을 맞잡은 채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이러한 모습은 아마도 지난 보수 정부까지, 그리고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직전 정권까지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행보에 대하여 민주당 측은 '보여주기식 쇼'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쇼'의 본질이 그 어원에서 드러나듯이 '보여주기'에 있다면, '어떤 것을 보여주느냐'가 더욱 중요한 지점이다.
윤 대통령의 정부 주요 각료와 여당 의원들을 모두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도록 요구하고, 몸소 5월 민주화 운동의 의미를 껴안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진보 진영 측에선 이에 관하여 불안함을 느꼈기에 공격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들이 불안함을 느낀 이유는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자. 만약 민주당 정권에서 이와 같은 양식으로 천안함 추모 행사에 참여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보수 정신의 근저에 강하게 뿌리내린 강력한 안보, 국방에 관하여 민주당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보수 진영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여주기식 쇼'라며 비판하겠지만 그걸 바라보는 국민들은 무엇을 느끼게 될지는 자명한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무엇을 보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 년 전만 하더라도 직전 정권의 검찰총장이었다. 이것이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국민의 관점에서 주목하고 싶은 점은 '정치적 부채가 없는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10년 전 안철수 신드롬이 일었을 때, 새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윤석열을 통해 부활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밝혔듯이, 그 자신과 윤 대통령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하여 기존의 보수 진영 인사들과 그 견해를 달리 한다. 지역 감정이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에 의해 발생했는지는 중요한 고민거리이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이다. 우리는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서로를 향해 독한 말과 앙갚음을 해왔다. 처음 시작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었을 것이지만, 그 갈등과 다툼의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 이제 우리는 서로가 왜 싸우는지를 잊어버렸다. 이유를 잊어버린 싸움만큼 허망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지, 잘할 것인지는 적어도 1년은 지나야 겨우 평가가 가능한 영역일 것이다. 그러나 초반에 보여주는 행보들은 때로는 많은 이들의 기대를 넘어서고, 때로는 바라왔던 것을 충족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은 미래는 대체로 과거에 빚지고 오지만, 어떤 미래는 과거와의 전향적인 결별에서 오기도 한다. 과거 보수 진영에게 부채 의식이 없는 이번 대통령과 당대표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대하는 태도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