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무의식과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령 어떤 가수들의 음악을 듣다가 멜로디 또는 가사에 귀가 걸리는 일이 생긴다. 이런 경우에 해당 곡을 작업한 사람들을 찾아보게 되는데, 많은 경우 이미 내가 기존에 좋아하던 곡들을 작업한 작곡가나 작사가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처음 이 경험을 했던 때가 명확하게 떠오른다. 러블리즈의 <Destiny(나의 지구)>를 듣다가 지구와 달의 관계를 짝사랑으로 표현한 가사의 비유가 너무 적확해 f(x)의 <첫사랑니>가 생각났는데, 둘 다 서지음 작사가의 작품이었다.
두 노래의 가사에서 나와 상대방의 관계는 각각 달과 지구, 사랑니와 (아마도 사춘기를 겪고 있는) 소년으로 보인다. 이 두 가사들은 한 구절 한 구절 곱씹어볼 수록 깨닫는 것들이 많은 훌륭한 가사다.
최근의 예로는 레드벨벳의 <Wildside>가 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그런 곡이라 생각하고 넘겼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곡이 자꾸 귀에 걸려 작곡가를 찾아봤다. SM의 곡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많은 작곡가들의 이름이 올라와 있었으나, 바로 눈에 뜬 것은 DEEZ의 이름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레드벨벳 곡 중 제일 좋아하는 <Kingdom Come>을 작업한 사람이었다. 이처럼 어디선가 마음에 드는 작품이 보이면 의식은 그냥 스치고 지나가더라도, 취향이라는 무의식은 놓치지 않고 낚아채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