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데려와 상담을 신청한 경우는 종종 있어도 이렇게 모녀가 함께 수업을 들으러 온 경우는 처음이다.
집에서도 거리가 멀어 판교에 올 때는 엄마가, 집에 갈 때는 딸이 번갈아 운전을 한단다.
첫 수업은 나도 살짝 긴장이 되었다. 내면을 들여다보며 때로는 적나라하게 자신을 마주해야 하기에, 자식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엄마의 모습과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딸의 모습을 어느 정도는 여과해야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의 어떤 집착이 성격을 만들어 가는지를 들여다보며, 동시에 모녀 사이의 다른 기질과 성격이 빚어내는 갈등의 이해와 조율이 중요하기에 수업과 함께 자연스레 상담도 진행되고 있다. 두 사람만의 수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첫 시간에 이어 어제 두 번째 만남이 있었다. 첫날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좀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되니 여러 상황과 갈등이 수면 위로 오른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 분별로 눈이 가려진 에고가 결코 보지 못하는 상황들이, 그로 인해 벌어지는 다툼과 오해의 상황들이 접혔다 펼친 부채처럼 차르르 펼쳐진다. 하나하나 객관적 시선으로 다가가며 닫힌 마음의 문을 살포시 열어본다. 열어야 할 닫힌 문은 여전히 많지만 한 발 한 발 천천히 다가가다 보면 언젠가는 스스로도 그 문을 여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