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사이의 강

<일요일의 병>

by winter flush

누군가의 자식이 되는 일,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운명. 가혹한 인연이라 여겨지는 두 모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상류사회로의 갈망은 자신이 속한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 버렸고, 어미로서의 자리를 벗어난 순간 딸의 시간은 멈춰버렸다. 시간이 고인 자리에 층층이 쌓인 마음을 슬픔이나 그리움 같은 단어로 쉽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엄마가 떠난 그 자리는 고통의 근원이었지만 또한 그리움의 자리고, 기다림의 자리였다. 그러나 한겨울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한기처럼 고인 시간 속에 스며든 절망은 그녀를 서서히 무너뜨린다. 단 열흘간의 동거를 제안하며 엄마를 찾은 딸. 그러나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의 끝은 다소 충격적이다. 딸의 마지막 속삭임에 담긴 간절함을 뒤로한 채 떠난 어미는 결국 다시 딸에게로 돌아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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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하게 무너진 키아라(딸)의 삶을 가늠하며 아나벨(엄마)의 마음에 인 파문은 응축된 과거의 과오를 단죄하듯 가슴에 패인다. 생명이 시작되는 자리에서 생명을 거두는 의식을 치르듯 아나벨의 힘겨웠을 그 결정은 딸 키아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었을까? 이해되기 힘든 전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되는 마음의 서사가 편치 않은 여운을 남긴다. '엄마'라는 존재에 부여한 모성애와 헌신, 희생에 상응하는 무게가 버거운 이도 있음을, 그러나 그 이면에 따라붙을 책임의 늪이 얼마나 깊은지도 보여주는 이 한 편의 영화가 인간의 우물 같은 고독을 그린다. 감당하기 힘든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를 행할 때 아나벨이 느꼈을 고통이 전해져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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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자극적인 엔딩장면이 그저 편치 않은 감정만을 남긴 것이 아니라서 길게 곱씹을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죽음을 통해 삶을 더 깊게 숙고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해 주었다는 것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두 여배우의 연기가 너무도 훌륭해 감탄을 하며 보았다.

이기심이 베이스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구조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 숨은 사랑이 존재함을 발견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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