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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터 Dec 26. 2023

알고 싶어. 너의 마음

마음이론에 대해서

샐리-앤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샐리라는 아이와 앤이라는 아이가 놀고 있다가 샐리가 바구니에 장난감을 두고 나간다. 샐리가 없는 사이 앤이 그 장난감을 서랍에 넣어두었다. 샐리는 돌아와서 장난감을 어디에서 찾을까. 샐리가 없는 사이 앤이 장난감을 옮겼지만 샐리가 알 턱이 없다. 샐리는 바구니에서 장난감을 찾을 것이라는 게 정답이다. 이것이 마음이론이다.

나는 모든 상황을 알고 있지만 타인은 모를 수 있다는 생각. 이 테스트에서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들 대부분은 오답을 말한다.


종종 DH는 나에게 맥락 없는 이야기를 한다. "엄마. 빨강이 위게? 파랑이 위게?" 요즘 한참 국기에 빠져있는 아이이기에 당연히 태극기를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모르는 척한다 "엄마는 DH가 무슨 얘기하는지 모르겠는데?. 엄마 태극기 퀴즈 내볼게라고 먼저 말해야지" 아이는 즉각 답한다. "엄마 태극기 퀴즈 내볼게. 빨간색이랑 파란색 중에 위가 뭘까?" 엄마가 하라고 하니 하긴 하지만 인트로는 그냥 내뱉을 뿐 본인이 학고 싶은 말이 더 급하다.


책을 읽던 DH는 대뜸 "이거 뭐게?"라고 묻는다. 나에게 책은 보여주지 않은 채 본인만 보고 있다. "엄마는 안 보여. 보여줘야 알지"라고 답한다. 그제야 책을 내미는 아이. 책의 방향은 본인에게 향해 있다. "엄마가 똑바로 볼 수 있도록 돌려서 보여주는 거야" 그제야 본인이 보고 있던 바다생물책을 내가 볼 수 있는 방향으로 돌려서 보여준다. 그러곤 "이게 뭐게?" 묻는다. 역시 본인의 말이 더 급하다.


마음이론에 따르면 만 5세 이전에는 일반 아이들도 이 테스트에 정답을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한다. 만 3세의 DH의 동생들도 정답 맞히기에 실패했다.

그러나 동생들은 엄마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가져올 때는 꼭 엄마가 읽을 수 있는 방향으로 돌려서 가져온다. 타인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싹트고 있는 것이다.


DH는 이러한 마음이론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센터에서 수업은 이러한 구멍을 메꾸기 위한 수업들이다. 하지만 배운다기보단 외운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완벽히 이해되지 못하는 상황을 수학 공식처럼 외워가고 있다.

물론 DH의 한계를 알고 있고 이것이 유일한 길임을 알고 있다. DH가 본인의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세상으로 나오는 방법. 외워서라도 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답답함은 여전하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공식처럼 외워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 샐리와 앤의 상황보다 훨씬 복잡한 상황들이 세상 곳곳에 존재한다. 일반 사람들도 매번 이러한 상황들에 힘들어하지 않는가. 퇴사하는 후배들이 종종 하던 말 "일이 힘든 것보다 사람이 힘들어요."

조그마한 DH 세상은 아직 외워서라도 어느 정도 가능한 일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나면 그 세상은 더 커지고 얽히고설킬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가르치고 다그치는 것보다는 온전히 아이의 편에서 이해하고 수긍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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