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남부, 겨울의 한 고속도로에서 뮤지컬이 펼쳐진다. 할리우드 드림을 노래하는 밝고 경쾌한 재즈 음악과 여기 저기서 보이는 사람들의 신나는 춤이 즐겁다. 그렇지만 가사는 그렇지 못하다. 가난하고 힘든 무명 배우,가수, 화가등, 예술가들의 고충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끝나는 가사는 ‘태양은 다시 뜨니까.’이다. 그리고 바로 이 말이 라라랜드의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카페에서 일하는 종업원인 미아는 오디션에 늦고 어김없이 떨어졌다. 그래놓고는 집에 돌아왔을 때 친구들이 다들 파티에 가자고 해서 파티에 간다. “사람들 틈의 그 한 사람(That someone in the crowd)’, 운명적인 만남이랄까, 기대 아닌 기대를 하며 가는 것이다. 그러나 미아는 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 틈의 어느 한 사람. 난 그렇게밖에 안 보이는 것 아닐까? 정신없이 도는 세상을 지켜만보는.’ 그렇게 미아는 파티에서 운명적인 만남은커녕 집 가는 길에 차를 놓쳐서 기분이 잔뜩 상한 채로 걸음을 옮긴다. 그러다가 길가에서 들린 피아노 연주가 그녀를 불렀다. 한눈에 그 음악에 반한 그녀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한다.
화면이 바뀐다. 교통체증이 가득한 도로에 자동차를 탄 남자가 보인다. 집에 들어오니 빌 에반스와 같은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의 사진이 가득하다. 그의 이름은 세바스찬. 무명 재즈 피아니스트이다. 어머니는 은둔생활자인데다가 무보험차를 끌고 다니는 그를 보고 잔소리를 한다. 세바스찬의 변명은 궁색할 뿐이다. 간신히 다시 기회를 잡은 식당에서 그는 지배인이 고른 음악만을 연주해야 한다. 그가 좋아하는 프리 재즈의 정신이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배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몰래 자작곡을 연주한다. 몰입하여 멋있게 완주하는 독무대. 그리고 다음 순간, 지배인은 이미 그런 그의 모습을 적발하였고, 세바스찬은 다시 해고된다. 연주에 감동한 미아가 세바스찬에게 가서 인사하려고 했지만 세바스찬은 어께빵을 하며 신경질적으로 미아를 무시한다.
다음해 봄이 되었다. 미아는 소개팅을 하러 야외 파티에 나간 참이었다. 그러다가 전에 본 재즈 피아니스트를 다시 만난다. 세바스찬은 어느 보잘것없는 재즈 밴드에서 80년대 촌스러운 곡이나 연주하고 있었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묘한 신경전을 펼치다가 여운만 남긴 채 헤어진다. 카페에서 알바를 하다가 또 오디션에 늦은 미아. 세바스찬을 카페에서 다시 만난다.
세바스찬과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쩌다가 오디션 낭인이 되었는지에 대해 사연을 말하게 된다. 미아의 이모는 이동극단의 배우였다. 그녀의 고향인 볼더시티의 집 앞 도서관에는 영화코너가 있었는데 거기서 본 영화 장면들을 집에서 이모랑 재연하고는 했다. (자작극까지 쓰기도 했다!!!) 대학을 2년을 다니다가 꿈을 쫓아 캘리포니아로 떠났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던 것이다.
미아의 사정을 들은 세바스찬은 자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라며 루이 암스트롱은 밴드에 들어가서 뛰어난 연주자가 될 수도 있었지만 재즈를 직접 작곡함으로써 역사를 다시 썼다고 말한다. 자신의 자아 혹은 정체성을 예술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세바스찬은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재즈를 싫어한다는 미아를 재즈클럽에 데리고 가 재즈에 대한 자신의 진솔한 생각을 전한다. 그는 재즈의 즉흥성과 그 치열함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말하면서 자신이 재즈에 대해 가지는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한다.
세바스찬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전화를 받은 미아는 2차 오디션을 볼 기회를 갖게 되었고 이 소식을 세바스찬과 기쁘게 나눈다. 그리고는 ‘이유 없는 반항’ 이라는 영화를 리알토 극장에서 같이 보자고 약속까지 잡게 된다. 그렇지만 역시 2차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만 미아는 잊고 있었던 소개팅남과 다시 만나게 되지만 식당에서 세바스찬의 자작곡이 들리자 다시 세바스찬에게 달려간다.
‘이유 없는 반항’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우주는 광활합니다.
지구 종말이 오기 전에 몇날 며칠을 사람들은
밤하늘을 보며
점점 밝고 커지는 별 하나를 볼 겁니다.
이 별이 접근하면서 기후 변화가 생기죠
남극과 북극지대는 갈라지고.
바닷물을 따뜻해질 겁니다.
최후의 인간들은 하늘을 보며 놀라겠죠.
별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영화가 끝나고 미아와 세바스찬은 키스를 나눈다.
그렇게 세바스찬과 사귀게 된 미아는 자기 대본을 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미아와 세바스찬이 같이 셉스라는 재즈 클럽을 만드려고 하지만 자기 돈을 직접 들여 일인극을 하려는 미아를 보고 세바스찬은 그 대신 옛 크루와 계약을 하고 많은 돈을 버는 장기 투어를 하게 된다. 꿈도 좋지만 서로의 사랑이 지속되기를 세바스찬은 바랬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세바스찬은 이 일에 열정을 가지지 못했고 미아는 세바스찬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를 바랬다. 게다가 자신의 일인극은 잘 되고 있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 큰 싸움이 있은 후 미아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러다 우연히 유명 캐스팅 디렉터의 전화를 미아 대신 받은 세바스찬은 고향에 있던 미아에게 가서 오디션 연락을 전하고 그녀를 직접 오디션 장소에까지 데려다 준다. 미아가 맞이한 오디션 내용은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파리의 여배우 중심인 이야기를 아무거나 하나 해보는 것이었다. 망설이던 미아는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이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모가 파리에 살았던 적이 있었어요
돌아오면 외국에서 있었던 일을 종종 들려주곤 했죠.
이모가 한 번은 강에 뛰어들었어요.
맨발로 미소까지 지으며
주저없이 몸을 던져
센 강으로 뛰어들었죠.
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기침을 한달간 해야 했지만
다시 하래도 똑같이 할 거랬어요.
꿈꾸는 사람들을 위하여
(Here’s to the ones who dream)
비록 바보 같은 그들이지만
(Foolish as they may seem)
아파하는 가슴들을 위하여
(Here’s to the hearts that ache)
망가진 삶들을 위하여
(Here’s to the mess we make)
그녀를 사로잡았던 느낌
(She captured a feeling)
끝없는 하늘에
(Sky with no ceiling)
그림 같던 석양
(Sunset in a frame)
술을 벗삼아 살다가
(She lived in her liquor)
촛불처럼 꺼진 그녀지만
(Died with a flicker)
그 열정의 불꽃은 제 속에서 계속해서 타올라요
(I will always remember the flame)
꿈꾸는 이들을 위하여
(Here’s to the ones who dream)
오디션이 끝난 후, 화면이 바뀐 후, 5년 뒤 겨울이 되었다. 결혼한 세바스찬과 미아의 모습이 보였지만 그건 세바스찬의 상상이었다. 첼시라는 남자와 결혼한 미아는 어느 재즈클럽에서 저넉을 먹기로 했는데, 우연히 들어간 그곳은 셉스, 그녀와 세바스찬이 짓기로 했었던 그 재즈클럽이었다. 세바스찬을 다시 마주친 미아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데, 세바스찬은 무대에서 그녀를 발견하고는 조용히 자신의 자작곡을 다시 연주한다.
그리고 영화는 세바스찬이나 미아가 현실이 아닌 이상을, 열정을 쫓았다면 바뀌었을 삶을 보여준다. 파리에서 일인극을 하며 재즈 클럽을 운영하는 세바스찬과 미아, 미아가 유명 디렉터가 아닌 세바스찬을 선택하고 세바스찬과 캘리포니아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부부가 된 모습을. 그리고 피아노곡이 마무리 되자 영화는 끝난다.
내가 맨 첫 문단에서 ‘태양은 새로 뜨니까’라는 대사를 이 영화의 주제라고 한 이유는 우리가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태양이 다시 뜨는 한, 인생의 기회는 우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분명 세바스찬과 미아는 사랑 앞에서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그러한 타협 가운데에서도 그 둘은 자신들이 열정을 바치는 그 분야 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미아는 일인극을 통해 유명배우가 되었고 세바스찬은 자신만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재즈클럽을 운영하게 되었다.
분명 태양은 다시 뜨고 다가오는 미래는 피할 수 없다. 마치 ‘이유 없는 반항’에서 나오듯이 지구 최후의 인간들이 점점 밝고 커지는 별을 쳐다보듯이. 그러나 사람들이 동경하는 저 별들, 인류의 최후를 목격한 별들은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우리의 열정을 담은 이상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미아의 이모처럼 촛볼처럼 꺼질 수도 있겠지만 그 재가 된 열정은 이 세상에 어떤 형태로든 남는다. 어쩌면 누군가의 심장에서 새롭게 타오를지도 모른다. 망가진 삶들을 위하여. 꿈꾸는 그들 자신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