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회차 북클럽 활동으로 다룬 책은 <피크 코리아Peak Korea)>이다. 피크. 정상이라는 말이다. 한국의 발전이 정점에 다다른 이 시대에 이 책은 오히려 대한민국의 위기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내리막 포비아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한국의 첫 세대로서 부모보다 더 못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책의 서두부터 상황진단을 냉정하게 내리는 저자는 세계화의 종말,지정경학적 불안정성,인구의 급격한 감소 등의 위기는 현대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위기이지만 한국은 이 문제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레라고 말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한국이 지금까지 이뤄온 것들, 2부는 그런 한국이 맞이하고 또 맞이한 위기들, 3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이다. 책이 상당히 두꺼운 관계로 발췌독을 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나는 2부의 5장 정치적 위기, 그리고 6장의 사회적 위기에 대해서 발제를 하기로 했다.
일단 5장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한국 민주주의의 퇴보이다. 2024년 12.3 비상계엄은 이를 대표하는 사건이다. 이러한 단적인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 분석하며 저자는 한국 민주주의가 왜 퇴보했는지 밝히고 있다.
먼저 87년 체제가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어 생긴 이익 구조 중심의 정치, 그리고 그런 이익을 둘러싼 다툼이 극단화되어 중도층의 영향력이 약해진 점, 그리고 소선거구제로 인해 생기는 거대 양당의 독식과 같은 문재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에 그러한 갈등을 대중들 사이에서 더욱 왜곡하는 극우 극좌 에코체임버는 윤석열의 비상계엄까지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6장에서는 한국의 서울 도시 국가화에 대해서 다룬다. 한국의 저출산 비상상태는 어떻게 발생했는가? 저자는 서울, 그 가운데에서도 강남 아파트라는 테크트리가 중심이 되어 그곳에 사는 것뿐만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마저 전국민에게 동기화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동기화는 강남에 실질적으로 연관된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특권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을, 그 밖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경쟁심을 가지도록 한다.
그렇다면 강남 아파트의 테크트리는 무엇인가? 이는 스카이캐슬의 의치한약수라는 고소득 전문직 만들기기 그 모든 것이라고 일축할 수 있다. 강남의 논리는 오직 의사만이 지속가능한 직업이라는 것이고 실제로 한국에서는 그러하다. 실질 소득 부동의 1위인데다가 세습하기에도 유리한 집안의 계보가 의사집인아리는 특징은 가장 효율적인 방식의 생존이다.
사실 정치에서 뉴페이스가 나오지 못하고 87년 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며 소선거구제를 개선한다 하더라도 본질적인 해결이 안되는 이유는 정치적 문제와 사회적 문제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회의 개혁은 일반적으로 정치적 수명의 세대교체에 의해서 일어나는데, 청년들은 학창시절 때부터 사회에 나가기까지 심지어는 나온 후에도 의치한약수라는 노아의 방주를 타지 못한 죄값을 치러야 한다. 하물며 당장 의사보다도 시급한 AI분야 직종이나 R&D 연구자들을 길러야 할 마당에 청년 정치인이야 의회에 발이나 한 번 들여볼 수나 있겠는가?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저자는 강남 테크트리는 어쩔 수 없는 생존전략이니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의 핵심이다. 87년 체제의 한계는 세대 교체에 의해서 수단이 마련되고 사회 문제의 해결책도 의대 집중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겨우 의사 이외의 분야에 ‘최고의’ 안샌티브를 주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애초에 강남 엘리트들이 이 모든 것을 저지할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강남을 쓸어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강남이라는 지역 자체보다 생존지상주의적인 한국의 가치관을 이제야 비로소 내려놓고 보다 고차원적인 국민적 국가적 가치관을 만들어내거나 최소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겹섭의 <압축적 근대화의 논리>에 따르면 한국은 근대화의 다양한 체제들이 충돌하는 멀티 플렉스인데 변증법적 식민지 근대성과 냉전 국가 자유정치로 인해 근대화의 ‘목표’,’가치’,본질’등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마련하는 장을 기획하는 데에 실패하였으므로 이 근대성의 충돌이 가져오는 갈등을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특히 세계화 혹은 신자유주의를 도구주의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신자유주의가 내재적으로 가지는 이데올로기적인 문제점을 검토토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한국이 현재 피크 코리아로서 가지는 세계적 이미지와 다르게 세게적 이해 관계나 영향력과 직접적으로 대립하게 된다.
즉 K 문화, K 문명이라고 부르는 한국의 이데올로기는 수단만 있고 목적은 없는 이데올로기 아닌 이데올로기. 즉 생존 본능에 불과하다. 신자유주의는 농민, 서민, 청년들을 희생시키고 소외시켰다. 탈식민 서구문화를 도구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한국의 철학과 문화를 발전시키는데에 지연을 불러왔다.
박권일의 <한국의 능력주의>에서도 대중들이 낮은 자기 표현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능력주의로 능력을 분배의 유일한 기준으로 여기기에 개인에게 모든 불평등 책임을 돌리는 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어떠한 정치적 연대도 마련하지 못한다고 본다. 즉 한국의 민주주의는 물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대중의 가치관에 그 문제의 핵심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변혁이 시대가 오고 있다. AI의 시대에 이미 인간이라는 존재는 ‘무용’해지는데 이는 의사에게도 핵당되는 일이다. 더이상 의치한약수는 삶의 목적이 될 수 없다. <무용한 인간론>이라는 책에 따르면 AI 시대에 인간에게 남는 유일한 본질적 동사는 요구한다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대답은 할 수 있지만 먼저 물어볼 수는 없기에 결과물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수 있어도 무엇을 만들어내고 싶은지 선택하는 것은 사람이다.이제는 도구적 이데올로기로는 역설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제야 말로 모든 인간이 시대의 의미와 목적을, 역사의 변증법을 성찰할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