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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찬준 Feb 10. 2020

요리하듯 경영하자

#사장일기, 요리와 경영의 닮은점 1

“윤기가 A형 독감이래요..”

아침부터 목이 아프고 열이 난다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갔던 아내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은, 2020년 설 연휴의 계획을 싹 다 바꿀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며칠 동안 격리를 해야만 하는 아들, 설 연휴 문을 닫은 음식점들은 나흘 간의 연휴 기간 동안 집에서 “방콕”하며 끼니를 해결해야만 했고, 나는 자연스럽게 음식을 많이 하게 되었다.


설 연휴 기간 만든 음식들 중 일부.. 이 음식들을 먹고 건강을 회복했으니 다행


개인적으로 오랜 자취 생활과 잠깐의 식당 경험, 그리고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음식을 많이 하다 보니, 요리에 대해 관심도 많고 왠만한 음식은 어느 정도 맛을 낼 줄 아는 수준이긴 한데, 몇 일 동안 계속, 쉬지 않고 요리를 한다는건 누구에게나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

한편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집에서 음식을 계속 만들다 보니, 왠지 요리와 회사 경영이 닮은 꼴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해보기로 했다.




1. 미리 준비해야 한다


라면 같은 간편식이나 냉장고 파먹기 같은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요리는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겉절이나 깍두기 같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리 배추와 무를 손질해서 30분 ~ 1시간 정도 절여 놓아야 한다. 스테이크를 만들기 위해서도 고기에 밑간을 해서 살짝 숙성시켜야 하고,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서는 미역을 불리고, 고기를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빵의 반죽은 (직접 만들어보지는 않았지만)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 숙성을 시키기도 한다.


회사를 경영하는 것도 때로는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미리 미리 계획을 세우고 준비해야 한다. 반기 혹은 분기별로 영업 및 프로젝트 실행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하고, 그에 맞춰 월별 또는 주별로 인력 운용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자금의 입출금을 예상하여 미리 대비해야 한다. 소기업의 사장이라면 이 모든 것을 혼자서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사장님들이 어쩌면 좀 더 시간과 날짜의 흐름을 빨리 느끼는 것 같다.)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이 아내건, 남편이건, 아침 먹으면서 점심, 저녁 뭐 먹을지 생각하는 것과 같다.

미리 준비한 재료로 음식을 해야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업무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항상 미리 준비함이 필요하다.


2. 내 입맛에 맞아도 고객 입맛에 안맞으면 소용 없다


혼밥이라면, 괴식(?)이면 어떠랴, 내 입에만 맞으면 되지.. 그러나, “오늘은 좀 싱거운데? 이건 지난번이 더 맛있다.. 좀 맵지만 먹을만해요.." 등등 입맛 까다로운 아들을 둔 아빠의 음식은 언제나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물론 대체로 맛있게, 잘먹는 편이긴 하지만..^^) 내 입에는 괜찮아도 같이 먹는 사람들의 입에 맞지 않으면 요리를 한 사람은 허무하고, 먹는 사람은 괴롭다.


업무의 결과물이 내부적으로는 괜찮다고 판단을 해도, 막상 고객에게 보여줬을 때 다른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고객의 성향을 잘못 파악했을 수도 있고(회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기를 줬다든가..), 고객의 요구를 디테일하게 맞추지 못했을 수도 있다(싱겁게 먹는 사람에게 짭조름하고 달달한 음식을 해줬다든가..). 따라서 내가 아무리 음식에 자신이 있어도,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나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달려 있다면, 그에 맞출 줄 알아야 한다.


천하의 백종원 대표에게도 굽히지 않는 신념을 보여주신 사장님, 과연 팥칼국수집 사장님은 성공하실 수 있을지..


3. 화력 조절(리소스 투입)과 시간 조절(타이밍)이 중요하다


요리에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해보기 시작하던 요리 초보시절, 요리책을 보고 따라하다가 가장 화가 났던 순간은, 불 조절과 시간 조절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이 안되어 있을 때였다. 막상 요리를 해보니, 재료에 따라 센불에서 빨리 조리해야 하는 것이 있고, 중간불이나 약불에서 은근하게 조리해야 하는 것들이 따로 있으며,(예를 들어 대부분의 채소는 센불에서 빠르게 볶아내야 하지만, 감자볶음을 할 때는 중간불에서 천천히 볶아야 타지 않고 고루 익힐 수 있다.) 음식을 만들면서 센불, 중간불, 약불을 왔다갔다 해야 하는게 있는데.. 이게 예전 요리책들에서는 너무나 두루뭉술하게 적혀있었다. (된장찌개는 센불에 빨리 끓여내는게 좋지만, 김치찌개는 어느 정도 끓은 후 약불에서 오래 끓이면 더욱 깊은 맛이 난다.) 어떤 불에서 얼마간의 시간을 조리하느냐에 따라 음식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회사에서도 프로젝트마다 어떤 인력을, 언제,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화력 조절)에 따라 전체 프로젝트 성패가 좌우된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서 성과를 내야 하는 신규 구축(제작) 업무에 잘 맞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운영 업무처럼 반복적이지만 꾸준하고 장기적인 업무에 잘 맞는 직원이 있다. 

또한 프로젝트가 진행중일 때, 사장이나 임원이 언제, 어떻게 프로젝트에 관여하는지(타이밍)에 따라 결과물의 품질이 달라질 수 있으며, 직원들의 사기도 올라가거나 떨어질 수 있다. 사장의 관여(라 쓰고, 간섭이라 읽힌다..)가 없어도 잘 돌아가야 좋은 조직이겠지만, 소기업에서 사장의 관여는 필수적이다.




아직 3가지 정도가 더 남았는데, 계속 쓰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번 글은 1, 2로 나누어서 써야겠다. 다음 편에서는 요리의 디테일, 플레이팅, 주방 정리 등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To be continued..)


독감에 걸렸던 아들은 설 연휴가 끝날 무렵 다행히 잘 회복되어 지금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데.. 이때쯤 등장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요즘 온 세계가 뒤숭숭하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외식보다는 집에서 맛있는 요리 해드시고, 가족들과 함께 건강하게 생활하셨으면 좋겠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불철주야 수고하시는 모든 방역, 검역, 의료진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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