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까지 바리스타 1급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었다. 2급 때는 그래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공부를 했는데 난이도가 조금 어려워지고 실기에 대한 압박감 때문인지 편도가 부어오를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 게다가 지금 시간은 내가 하루 중 가장 힘들어하는 시간. 바로 남편의 퇴근 시간이다.
마지막 손님에 따라 남편의 퇴근 시간이 달라지는데 그 차이가 한 시간 정도 된다. 8시 반에서 9시 반 사이.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언제쯤 퇴근한다는 전화가 올까 기다리는 시간이다. 책을 읽어도 SNS를 봐도 집중이 잘 안 된다. 보통 이럴 때는 게임이나 재밌는 드라마를 보거나 그도 여의치 않으면 잠을 잘 때도 있다. 그런데 공부를 하고 있으려니 숨이 안 쉬어졌다.
그러다 브런치를 켰다. 그래, 이럴 땐 글을 쓰자. 이 답답함을 쏟아내 보자. 하지만 많은 분들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글감 찾는 일이 너무 어렵다. 오늘은 이걸 써야지! 하는 이벤트가 있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의 날들이 평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나처럼 만나는 사람이라곤 일주일에 두 번 만나는 학원 선생님과 아주머니, 카톡 속 친구들 그리고 남편뿐인 사람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다.
오늘은 무얼 했나. god 콘서트에 다녀온 친구의 후기를 들었고 청소와 빨래를 하고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었고 다이어리를 정리했다. 어제 본 면접과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브런치 글을 업로드했고 SNS도 했다. 참, 고양이들과도 놀이 시간을 가졌다. 그러고 나서 바리스타 공부.
이 시간들 중 도대체 어디에 글감이 숨어 있을까? 나는 좋아하는 추억의 아이돌도 없고 책은 아직 다 못 읽었고 고양이들과 집안일은 늘 있는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늘 많이 했던 생각은 공부하기 싫다, 서점에서 일하고 싶다, 집이 춥다였다. 쓰고자 하면 무엇이든 글감이 될 수 있다던데 나는 정말 특색 없는 인간이라 그런지 이 하루 중에 어떤 걸 글로 적어야 적절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지금의 내 심정을 써보고 있다. 나는 쓸게 없는 사람이오라고.
그리고 앞으로도 쓸 이야기가 많아 보이는 다른 작가님의 파릇파릇한 글을 팔로우해서 읽었다.
끊임없이 글을 쓸 수 있는 인생은 타고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이런 글을 쓰는 와중에 다행히 남편이 퇴근했고 지금은 따끈한 닭볶음탕을 기다리는 중이다.
저녁을 먹으며 또 고민해 봐야겠다. 이 닭 속에 혹은 납작 당면 속에 내 글감도 숨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