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로 주세요.
어제 동네 서점의 아르바이트 면접을 봤다.
서점을 해야겠다 생각하기 전부터 눈여겨보고 실제 방문해 책도 구매했던 곳인데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바로 지원했다.
비록 월급도 적고 두 달의 짧은 기간이지만 고양이들이 있는 작은 서점의 일과는 이렇구나를 어느 정도 체험해 보고 싶기도 했고, 매일을 고양이와 좋은 음악과 책에 둘러싸여 보낼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감성 가득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글을 쓸 수도 있는, 심지어 매출 걱정 없이 월급을 받을 수 있다니!
나 같은 사람에게는 꿈의 직장 같은 곳이랄까.
최종 합격자에게 연락을 준다는 게시물을 읽었기에 혹시 내가 채용된 걸까 하는 기대를 갖고 인터뷰에 응했다. 물론 나 말고 다른 분도 면접 일정이 잡혀 있었다. 아마 지금쯤 보셨으려나?
사실 면접이라기보다는 수다에 가까운 대화를 나눴다. 어떻게 이 책방을 열게 되었고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이런저런 업무를 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고양이 이야기만 계속한 것 같다.
귀여운 치돌이와 고돌이는 곁에서 꾸벅꾸벅 졸며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춥고 어두운 날이었지만 서점 안의 공기는 난로와 고양이 이야기로 피어난 웃음 덕에 따뜻했다.
이렇게 면접 보는 게 맞는 건가? 하고 웃으며 나오는 길, 나는 정말 이곳에서 일하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내가 무언가 간절히 특히 일자리를 간절히 원했던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새삼스러웠다.
레진공예를 그만둔 뒤로는 정말로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그래서 취업이 잘 된다는 컴퓨터 디자인 학원을 다녀보기도 하고, 친구의 추천으로 보험 자격증도 따고, 막연히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고 일 할 자리가 많다는 이유로 바리스타 학원을 다니고 있기도 하지만 이 중 어떤 것도 너무 하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는 없었다.
1년 만에 찾은 간절히 원하는 것. 부디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 주에 연락 주신다고 했는데 기왕이면 내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합격 통보를 보내주시길.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께도 원하는 선물이 가득 전해지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