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바리스타 학원의 1급 실기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그림을 라떼에 그려 내야 한다.
2급 시험 때 카푸치노로 하트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서 나름의 칭찬과 함께 마무리 지었는데 이놈의 라떼 아트는 아무리 많이 해도 늘지가 않는다. 같이 하는 아주머니는 (지난 글의 칭찬 잡아먹는 아주머니) 라떼아트도 정말 야무지게 잘 해내시는 걸 보니 가르치는 선생님의 잘못도 아니다.
내가 손 쓰는 일에 영 잼병이란 사실은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남들보다 손도 커서 특히 섬세함이 필요한 종이접기, 매듭 만들기 등의 작업들은 늘 못해왔다.
그렇다 해도 라떼아트를 이 정도까지 못할 줄은 몰랐다.
큰일이다. 당장 시험은 다음 주 목요일인데 나의 성공률은 반밖에 안된다. 필기시험이야 지난번처럼 반짝 공부해 통과할 자신이 있지만 실기시험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상황은 마치 올 초 나를 공포에 빠지게 만들었던 운전면허 기능시험을 떠올리게 한다.
보통 한두 번이면 통과한다는 기능시험을 나는 무려 6번 만에 붙었다. 그것도 추가 강습과 스크린 운전면허 학원을 따로 다니면서까지 겨우 딴 것이다. 매번 복병이 되었던 것은 T자 주차였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구간이긴 하지만 나처럼 여러 번 떨어진 사람은 없었다. 점점 학원 직원분들과 사담을 나눌 정도로 친해졌고, 모두 내가 다음 달까지 무조건 이 학원을 다니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학원에서는 하하하 웃으며 다음 주에 또 만나요! 외치고 다녔지만 집에 와서는 울기 바빴다.
한참 자기 비하가 심하던 시기라 이 엄청난 돈 낭비를 어찌할 것이며, 나는 왜 면허조차도 따지 못하는 인간이 되었는가 심각하게 고민하며 저녁밥을 하다가도 울고 잠을 자다가도 울었다.
다행히 기능시험은 어리둥절해하면서 통과했고 도로주행은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잘해서 한 번에 통과했다.
비싼 돈 쓰고 잘 이겨냈다고 생각했는데 어째 이번에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 불길하기 짝이 없다.
불안한 마음에 결국 어제 손으로 거품을 낼 수 있는 프렌치 프레스를 샀다. 집에서 우유 한통을 다 썼다. 연습할 때는 잘 돼서 오늘은 괜찮겠지 했지만 결국 그대로 인걸 보니 컵이 문제인 것 같아 내일 이 한파를 뚫고 컵을 사러 갈 예정이다.
기왕이면 '이 정도면 성공' 보다는 예쁘게 만드는 법을 제대로 터득하며 수업을 마치고 싶다.
시험에만 집중해 어물쩍 통과한 탓에 막상 운전을 하려니 기억이 안 나 못하고 있는 지금 상황처럼 남들에게 "1급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어요."라고 해놓고 라떼아트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일부터 맹 연습에 돌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