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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옹이 Jan 09. 2024

단골이 생겼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 꼬마 손님 두 명이 찾아왔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된다는 이 두 친구는 쭈뼛거리며 "들어와도 돼요?"라고 물어왔고 난 반갑게 문을 열어줬다. 집에선 강아지를 기르지만 평소 고양이를 너무 좋아한다며 고돌이와 치돌이에 관심을 보였다. 

겁이 많은 치돌이는 금세 창고로 도망쳐버렸지만 고돌이는 당당하게 엉덩이를 들이대며 아이들의 관심에 호응해 주었다.

 

책을 살 것 같진 않지만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 아이들의 말벗이 되어 주기로 했다. 

나는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아이들은 각자의 강아지들을 자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다가 대뜸 한 아이가 말했다.

"저 여기 단골이 될 거예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는 작은 지갑에서 돈을 꺼내 쇼핑을 시작했다. 

원래 분식집에서 간식을 먹으려 했다는 돈과 인형을 사려 모아뒀던 돈을 가지고 이리저리 골똘히 계산을 하더니 굿즈들을 집어 들었다. 일주일 용돈이 4000원이라는데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아둔 모양이다. 

말 몇 마디 나눴을 뿐인데 그 귀한 돈을 여기에 써주다니 고맙다.  

"나머지도 다 사고 싶은데 지금은 돈이 없으니까 내일 또 올게요." 


그리곤 내가 없었던 주말에 와서 좀 더 많은 양의 물건들을 사간 모양이다.

어제도 와서 주말에 사장님과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어떤 걸 샀는지 미주알고주알 무려 한 시간 동안이나 자랑을 하고 갔다. 나의 첫 단골이 되어 준 아이들. 매일 오겠다고 다짐하듯 외치고 갔는데 오늘은 눈이 와서 올 지 모르겠다. 다음에 오면 슬며시 책 이야기를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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