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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plash Oct 10. 2022

인연의 유효기간

'초속 5센티미터'를 우연히 떠오르면서 <스포 주의>



학창 시절 처음 본 영화 '초속 5센티미터'는 뭔가 풋풋하고 현실보다 더 아름다운 영상미로 좋아하게 된 영화였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이 있었다면 바로 결말이다. 학창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그들이 어른이 되어서 서로가 스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 이유가 단순히 감독이 영화의 여운을 남기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들이 이제는 서로를 왜 지나쳤는지를 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지를.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그들의 의지로 그 거리를 좁힐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거리가 멀어지며 성장하고 시간이 지나며 변해 간다는 걸. 그리고 그들이 정말로 다시 만났을 때는 이미 서로가 너무도 달라졌다는 걸 깨닫게 된다.




시간이 지나도 절대 바뀌지 않겠노라 다짐했고 다른 사람들 특히 감사한 사람들에게 언젠가 내 감사함의 표현을 꼭 하겠노라고, 내가 더 나은 여건이 되면 꼭 다시 찾아가겠노라고 다짐했었다.


시간이 지나며 그 생각은 점점 변해갔다. 분명 성숙과 성장일 수 있겠지만 이것은 과거의 나를 버리는 작업이기에 내가 상상하던 진취적인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몸부림치며 허물을 벗어 버릴 수 밖에 없는 파충류처럼 내 허물을 벗어던지고 나서야 그 허물을 보며 내가 무엇을 벗어던졌는지 발견하는 것처럼.

물론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마코토처럼 미래에 누구를 만나기 위해 달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과거에 다짐한 모든 이들에게 달려갈 수 없음을 이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내 달라진 모습만큼이나 그들의 삶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더 나아지거나 나빠지는 것을 떠나

이제는 내가 두는 타인과의 거리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

타인이 두는 나와의 거리의 폭을 나는 알지 못하기에.


마치 밤 하늘에 떠있는 별들이 얼마나 멀리 존재하는 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다만 내 밤하늘에 밝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 내가 기억할뿐이다.


머나먼 별에서 우리에게 도착한 빛은 이미 우주를 오래 여행해 온 아주 오래된 과거의 빛이다.

과거의 빛들을 보고 기억하며 과거가 아직 되지 않은 지금의 인연들에 아쉬움 없이 표현하고 감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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