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일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기획의 빈틈이나 구현에서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나를 찾아왔다. 그런데 요즘은 다들 AI에게 데이터 분석을 시키고, 리서치를 하고, 기술적인 의사결정도 스스로 처리한 뒤 구현해서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PM을 찾는 빈도도 조금 줄어든 것 같다.
그게 편하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낯설다.
PM의 결과물은 제품이지만, 그 제품을 혼자서 직접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 기획을 하고, 정리하고, 설명하고, 때로는 방향을 정한다. 그런데 그 중 어떤 것도 눈에 보이는 ‘작업물’이라고 부르긴 애매하다. 그래서인지 PM의 역할은 일이 잘 굴러갈 때는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무언가 어긋나기 시작할 때야 비로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은 릴리즈 직전에 PM 한 명이 갑작스럽게 퇴사한 적이 있었다. 팀은 “릴리즈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정작 어떤 기능이 확정되었고, 무엇이 미정 상태인지 아무도 명확히 알지 못했다. 문서도 있었고, 코드도 있었지만 “이 상태로 출시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스쿼드 내 누구도 확실히 대답할 수 없었다.
결국 혼란 속에서 릴리즈는 며칠간 늦춰졌고, 다른 PM이 그 일을 다시 확인하고 정리한 뒤에야 제품을 릴리즈할 수 있었다. 그때 다시 생각했다. PM은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흐름을 유지하는 사람이기도 하구나.
PM이 없이도 잘하는 팀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PM이 있다고 해서 모든 판단을 대신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각자의 맥락과 흐름이 엇갈리지 않도록, 사람과 사람, 결정과 결정, 말과 의도를 조용히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연결이 어긋나지 않도록 팀 전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하기 위해, 정리하고, 다시 묻고, 흐름을 다시 맞춘다. 티가 나지 않더라도, 없으면 분명히 느껴지는 일이다.
예전보다 나를 찾아오는 순간은 줄었지만, 여전히 PM이 꼭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AI는 데이터를 요약하고, 옵션을 제안하고, 빠르게 가설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왜 필요했고, 누구와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지를 기억하고 유지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팀마다 다른 속도와 긴장감, 말로 하지 않은 기대와 망설임 같은 것들. 그 미세한 온도를 읽고, 흐름을 하나로 묶는 감각은 아직까지는 PM이 더 잘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여전히 PM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고, AI가 많은 대답을 줄 수 있는 시대에도 PM의 일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