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은 늘 문제와 함께 일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문제를 풀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느끼기 쉽다.
그리고 실무에선 문제를 뾰족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자주 듣는다.
그래서 나도 그랬다. 혼자 문제를 정의하고 구조화해서 팀 앞에 "이게 문제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이끄는 게 나의 일이고, PM으로서 잘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잘 정리된 PRD, 명확한 유저 스토리, 이 지점에서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는 데이터 기반의 진단. 이런 식으로 문제를 완성된 문장처럼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어떤 문제를 정의했고, 팀도 공감했다. 하지만 해결 방식에서 디자이너와 관점이 엇갈렸고, 논의는 길어졌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문제만 해결된다면 어떤 해결책이든 괜찮지 않을까?'
고객 데이터를 다시 보니 우리가 토론했던 해결책은 디테일의 문제였고, 핵심은 오히려 다른 지점에 있었다.
그때 느꼈다. 문제를 뾰족하게 만드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문제를 더 빨리 드러내는 게 중요하겠다는 걸.
그 일을 겪고 나서 나는 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문제를 완성해서 전달하기보단 팀이 함께 보고 해석할 수 있는 형태로 더 빨리 꺼내놓는 것. 지금은 그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살아 있는 상태로 있으려면 팀이 그 문제에 공감하고, 편하게 질문하고, 누구든 해결책을 제시하며 문제를 같이 풀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디자이너는 사용자 경험 관점으로, 개발자는 시스템과 구현 관점으로, 각자의 언어로 문제를 다시 바라보는 과정에서 진짜 핵심이 드러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요즘 문제를 완벽하게 정리할 과제가 아니라 팀이 빠르게 문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PM으로써 문제를 뾰족하게 만들기 위해 시간을 들이기보다(문제를 뾰족하게 만드는 게 안 좋다는 게 아니다) 문제를 보이게 만들고, 그 문제를 공유 가능한 형태로 빠르게 테이블 위에 올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빨리 발견하고 그 순간부터 팀과 함께 다루기 시작하는 것.
그게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PM과 문제와의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