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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로운 Sep 03. 2023

오랜만에 이방인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무려 6년 만에 학교를 옮긴다.


전 학교에서 2년 동안 육아휴직하느라 꽤 오래 그곳에 터줏대감처럼 이름 올려두고 있었는데,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2022학년도 3월 1일 자로 새로운 학교에 발령이 났다. 정든 곳을 떠나가는 감상에 젖을 틈 없이 부지런히 새 일터에 적응해야 할 생각에 마음이 조급하다.


보통 인사자문위원회는 해당 위원들만 모여서 학년 및 업무 배정을 하는데 새로 옮길 학교는 규모가 작은 학교라 그런지 전입 교사들까지 모두 한 자리에서 협의를 한다고 했다. 대부분 계시던 선생님들 중에 전입 교사는 나 포함 둘. 어색한 초대를 받아 어색하게 앉아있는 중에 협의가 시작되었다.


굉장히 민주적인 방법으로 각자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집에 와 떠올려보니 뭐... 그렇다. 각자 자기소개야 했지만 그 순간에 모두의 얼굴과 이름과 작년 맡았던 일까지 다 기억할 수는 없어서 누가 누굴까, 지금 말씀하시는 저분은 누굴까, 이런 것만 생각하다가도 정신이 없었다. 처음부터 '내게 선택권은 사치다.'라는 생각으로 쿨한 척 기대 없이 가긴 했으나, 내심 1 지망을 바라고 있었나 보다. 조금 섭섭하기도 했던 것이.


교사들에게 한 해 살이를 준비하는 2월은 정말 중요한 달이다. 학교의 구성원이 바뀌고, 맡을 학년과 업무를 정하는 이 시즌은 정말이지 버라이어티하고 흥미진진하다. (만약 있다면)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하여 얻을 패와 버릴 패를 현란하게 펼쳐 보여야 하는 바로 그런 때.  

아쉽게도 나는 패가 하나도 없는, 낯 가리는 이방인이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으면 되는, 어찌 보면 맘 편한 이방인이기도 하지만, 설령 그 밥상이 내가 원하는 메뉴가 아닐지라도 꾸역꾸역 숟가락 들어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인생 뭐 있나, 골고루 이것저것 잘 먹다 보면 언젠가는 맷집 좋고 튼튼한 내가 되어 있겠지.

올 한 해도 무사히 출퇴근 잘하고 새로운 멤버들과 무탈하게, 조금 욕심부려 즐겁게까지 지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여기는 어디이고, 나는 누구인지

해답을 찾아보자.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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