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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시 Mar 07. 2016

PROLOGUE

신혼여행, 어디로 간다고 했더라?

“결혼 축하해~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


결혼을 발표하는 순간 사람들의 관심사는 신혼여행으로 쏠린다.


“세이셸_Seychelles로 가”

“응? 뭐라고?”

“세이셸”

“셰이... 뭐? 어디?”


신혼여행지를 묻는 질문에 우리 부부가 ‘세이셸’이라고 대답할 때, 그곳에 다녀온 사람들 빼곤 단 한 번에 알아듣는 사람이 없다. 아프리카 쪽으로 간다고 간단하게 대답하면, 신혼여행 겸 선교여행을 가느냐고 되묻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구구절절 세이셸이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오바마와 베컴도 다녀간 여행지예요,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고 불리고요, 가장 아름다운 해변 투표를 하면 항상 1위에 오르는 곳이에요. 아, 영화 <케스트 어웨이> 보셨어요? 윌슨이 있던 바로 그 해변이에요~!”


그제야 ‘아하!’ 하고 무릎을 친다.

일주일 후, 다시 묻는다.


“신혼여행, 어디로 간다고 했지?”


세이셸은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낯선 여행지다. 그나마 신혼여행을 가는 커플들에게 조금씩 알려지면서 높은 가격과 아득히 먼 거리, 럭셔리 리조트로 대변되는 고급 휴양지의 향기을 풍길뿐이다. 정보가 많지 않다 보니 세이셸에 가는 한국인들은 패키지여행을 선호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대학생 때 중국 시안(西安)에 있는 ‘병마용’을 여행하면서 현지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했다가 온갖 보석상이며 지역 특산물 시장을 두루 돌아다니게 하는 상업성 짙은 여행 일정 때문에 지쳐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 모든 여행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자유여행으로 다녀왔다. 나는 걷고 싶을 때 걷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어 이화여고의 교훈이자 내 삶의 좌우명인 자유, 사랑,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을 지향한다. 신혼여행도 마찬가지다. 태곳적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세이셸로의 여행을 패키지 상품의 안전함 속에서 그저 구경만 하고 싶지 않았다.

마음껏 뛰어들어 그대로 느끼고 싶었다.


결혼식 바로 다음 날부터 여행을 하도록 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선조들의 절묘하고도 탁월한 지혜이다. 여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사람과 결혼 직후 떠나는 여행은 깊은 휴식과 더불어 부부가 공동의 인연을 만들고, 그곳 사람들의 삶을 보고 느끼는 것과 같이 앞으로의 삶에서 일어날 일들을 아주 빠르게 ‘미리보기’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예정된 수많은 사건과 그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를 연습할 수 있는 시간. 마음먹고 뛰어드는 진짜 여행을 선택했던 우리 부부는 예상보다 훨씬 스펙터클한 시간을 보냈다. 생각지 못한 인연을 만났다. 우리만의 놀라운 스토리가 생겼다. 결과적으로 앞으로 우리들의 결혼생활이 얼마나 멋진 것이 될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어 글을 쓰기 시작한다. 턱없이 부족한 세이셸에 대한 정보를 채워 다음 여행지를 고민하는 여행자들에게 그곳으로 자유롭게 떠나 볼 것을 추천하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예비부부들에게 우리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신혼여행지 결정으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다사다난한 결혼 준비 과정은 분명 모든 신혼부부들이 비슷하게 겪는 시간일 테지만, 우리가 풀어나간 특별한 이야기가 그들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힌트로 쓰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세이셸 안내서이자 결혼 안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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