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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기 Mar 09. 2016

곁을 내주는데 인색한 나를 위한 이해

곁을 내주기 위한 이야기 1

나는...이라는 글을 써놓고 쉽사리 글이 써지지가 않았다.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나'였다. 나에 관한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 비슷한 것이었는데 누가 시켜서 쓰는 것이 아닌 온전히 글쓴이인 내가 글의 대상인 나 그리고 나의 감정을 잘 담을 수 있는 그릇같은 글을 쓰고 싶었다. 글이라는 게 참 신기해 딱히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읽다 보면 글을 쓴 사람이 느껴지곤 한다. 본인 이야기를 말하는 것처럼 여간 어색한게 아닌 나같은 이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게 글이었다.


글을 쓸 공간이자 눈에 보이는 나만의 곁이 생긴 후, 나는 내가 쓴 글을 읽고 내가 아닌 낯선 이가 쓴 글인 것 같은 당혹스러움은 없길 바랐다. 글에서만은 솔직해보자는 스스로와의 다짐인것이다.


유난히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솔직한 감정을 내비치는 걸 경계하던 나는 최근 조금씩 스스로에게 피로감을 느꼈다. 내가 다른 사람앞에서 짓고 있는 표정이 나의 감정과 일치하고 있는지 헷갈리기도 했고 심지어 나의 생각과 마음이 말로 잘 표현되지 않아 애를 먹을 때도 있었다.


다른 이에게 감정을 잘 감추고 사는 사람은 때때로 모호함을 느낄 때가 있다. 남한테 그러했던 것이 버릇이 돼 내가 나에게까지 솔직하지 못한 것이다. 그로인해 두통과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곤 했다. 나에게는 약이 필요하다. 그런 나에게 글을 쓰는 행위는 적절한 처방이었다. 깊이 감춰져 잘 보이지 않는 나의 감정을 눈앞에 활자로 선명하게 나타내주는 글쓰기는 나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줄 수 있는 나에 대한 이해였다.

 


나는 꽤 오랫동안 솔직한 나의 모습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크면서 좋게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이 있었다. 좋은 인상, 좋은 성적, 좋은 관계, 좋은 사람 등 온갖 긍정적인 형용사는 나를 기쁘게 했다. 그 집착으로 인해 나는 내 솔직한 감정을 곧 잘 숨기고는 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긍정적인 모습은 사람들 사이에서 꽤 만족스러웠다. 


그로인해 내가 생각하는 나의 부정적인 모습을 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꼬깃꼬깃 접어 남들이 보지 못하게 숨겨버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접힐대로 접혀진 나의 모습, 내가 생각하는 나의 부정적인 모습을 알고싶어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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