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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진 아줌마 Jan 21. 2024

상相의 폭력


또 다른 벽에 닿았다.

꿈틀거리는 의식의 확장을 막는 한계의 정체가 궁금해 한동안 침잠했다.


그러면서 금강경을 읽는다.


인간의 집착과 무지를 단칼에 잘라내는 지혜라 하여

'금강金剛'이라 불렸다는 청천벽력의 지혜.

그 울림이,

임계에 닿아 끓어 오르던 내 의식에 벼락을 내리쳐

막의 정체를 여실히 드러낸다.


모든 상相의 폭력들...

나를 가두던 아상我相과

본의 아니게 폭력적 힘으로 휘둘러지던

타인에 대한 상, 상, 상들....


그는 이런 사람이니까,

그는 이런 삶을 살아왔으니까,

그는 이걸 할 수 없으니까 라고

생각 없이 말하는 사이

반성 없이 수긍하는 사이

내 안에 쌓여왔던 두터운 업의 굴레들이

번개불의 섬광 아래 드러난다.

칼을 쥐고도 쥔 줄 모른 채

휘둘러 왔던

광기 어린 칼춤의 날들


아무도 가두지 않는데도

스스로 가두고 몸부림치게 했던

그 많은 상의 현란 속에서

나는 아팠구나. 혼란스러웠구나.


그러나 이제 벗을 때가 되었다.

이제 그만 자유로울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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