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디의 감정일기 2 - 새 학기가 시작되고
3월이 시작되고 며칠이 지났어요.
새 학기 첫날, 문 앞에서 멈췄던 그 순간.
이미 지나왔을 거예요.
들어가도 될까 망설이고,
내가 앉을자리가 있나 살피고,
말 걸면 부담스러울까 가방 끈 만지작거리던 그 시간.
저도 그랬거든요.
문손잡이를 잡았다가 놓고,
한 번 더 심호흡하고,
괜히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면 '이미 다들 친한가 봐' 싶어서
더 들어가기 어려워지고.
근데 생각해 보면,
그 문 앞에 선 게 올해만이 아니잖아요.
초등학교 때도,
중학교 때도,
새 학원 첫날에도,
새 직장 첫 출근에도.
매번 어려웠을 거예요.
근데 매번 문을 열었잖아요.
떨리는 손으로,
조금 늦은 타이밍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라도 결국은 들어갔잖아요.
그렇게 살아온 당신,
올해도 응원해요.
코끼리는 처음 가는 길 앞에서 좀처럼 서두르지 않아요. 낯선 냄새가 나는 흙 위에 발을 올리기 전에, 한 번 멈춰 서서 코로 공기를 오래 살피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봐요. 뒤에서 기다리는 새끼 코끼리들도 어른 코끼리가 멈춰 있는 동안 같이 멈춰 서 있어요.
한 발을 내디딜 때도 코끼리는 발을 툭 떨어뜨리지 않아요. 천천히 들어 올리고, 이 땅이 버텨줄 수 있을까 가늠하듯 조심스럽게 내려놓아요. 새끼 코끼리는 그 바로 뒤를 따라, 앞서 간 발자국 안에 자기 발을 쏙 맞춰 넣으며 조금씩 나아가죠.
더디에게 잘 걷는다는 건 멋있게 걷는 게 아니에요. 문 앞에서 망설이는 나와 속도를 맞춰주는 일이에요. "나만 이런 게 아니야"라고, "그래도 매번 문을 열어왔잖아"라고 작게 되뇌며, 오늘도 그 문턱을 천천히 넘어가는 것. 그렇게 살아온 사람을, 올해도 조용히 응원해요.
천천히, 또박또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