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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를 빛내 Oct 08. 2022

화성에서 온 마케터, 금성에서 온 디자이너

마케터와 디자이너의 간극을 줄이는 법

이 글은 Superside의 The Dysfunctional Design Process: Bridging the Gap Between Marketing & Design Teams를 읽은 뒤 개인적인 감상과 중요 포인트를 정리한 글입니다. 


인트로 

1년간 미국의 스타트업 회사에서 마케팅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체감한 것 중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마케터와 디자이너의 간극에 있다. 

분명 같은 팀에서 일을 하는데 왜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답답함이 느껴질 때가 간혹 있었는데, 그 간극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업무를 해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문제점 

마케터와 일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흥미롭게도 마케터와 디자이너 모두 겪는 고충이 비슷한 원인에서 온다는 것이었다. 마케터와 디자이너 모두 흔히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릴 때가 많다. 인력은 한정적이되 주어지는 업무량이 살인적이다 보니 번아웃이 흔하고, 소통 부재로 중요한 자료의 위치를 찾는데 난항을 겪기도 한다. 또한 전달되는 피드백이 명료하지 못해 일을 하는 데 있어 혼선을 빚는 경우도 있다. 


내가 일을 하면서 만나본 마케터는 대개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디자인 전문 지식이 없는 마케터와 또 다른 하나는 디자인에 친숙한 마케터로 나뉜다는 것이었다. 주로 후자는 디자인을 공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디자인 감각이 있고, 같이 일을 할 때 디자이너와 좀 더 소통이 용이하다. 하지만 전자와 일하는 경우,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기 때문에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소통하는 데 있어 두배 세배로 노력해야 한다는 단점 아닌 단점이 따른다. 

하지만 이런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마케터와 일을 하다 보면 디자이너 스스로가 자신을 고립시키고 다른 팀원들과 소통을 잘 안 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종종 빠지기 쉽다.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면서 디자이너가 흔히 겪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하거나 지연되는 경우 

Brief 브리프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잘못된 디자인을 제공하는 경우 

업무의 우선순위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 

디자인에 대해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경우 


해결책

위의 문제점에서 언급된 첫 번째 문제와 세 번째 문제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하거나 지연되는 경우, 업무의 우선순위를 파악하지 못한 경우)는 주로 팀의 디자인 인력이 부족할 때 발생한다. 실제로 내가 입사한 스타트업 회사의 경우, 디자이너가 나 혼자였기 때문에 입사한 첫 다섯 달 동안 혼자서 모든 회사의 디자인 업무를 담당했었어야 했다.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면서 하루에 수십 개씩 밀려드는 디자인 리퀘스트를 맡아야 했는데, 이 경우에는 디자이너의 매니저가 하루빨리 디자인 인력을 보충하거나 업무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줘야 디자이너가 번아웃 없이 일을 하기가 수월해진다.

두 번째 문제 (Brief 브리프를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잘못된 디자인을 제공하는 경우)는 브리프를 제공하는 마케터와 디자이너 두 팀원 사이의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 작성한 브리프를 같이 검토하기 위한 짧은 미팅을 하는 것도 좋다. 어떻게 하면 디자이너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해야 하는지 마케터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을 하면서 종종 마케터로부터 자세한 요구사항 없이 "Can you make this pop?(좀 더 튀게 만들어줄 수 있어?)" "I don't think this is working.(이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머리를 싸매고 물어보면 마케터 스스로도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 적이 많다. 피드백은 줘야 하고 디자이너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탓이었다. 게다가 애매모호한 디렉션은 혼선만 가중시킨다. 디자이너 또한 피드백을 겸허히 받아들이되 자신의 디자인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또한 브리프의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하되,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바로 질문을 하고, 더 나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마케터와 공유하는 주인의식 ownership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브랜드가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기업 내에서 디자인팀의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른다. 애플, 리모와, 뱅 앤 올룹슨과 같이 팔로워가 많은 브랜드들은 이메일이나 굿즈 제작과 같은 사소한 마케팅 캠페인에도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들은 디자인 중심적인 기업구조를 따르거나 Design Lead, Lead Creative Director와 같이 디자인 총괄을 담당하는 리더의 지휘 아래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마케팅 팀 산하에서 일하며 마케팅 팀에 보고하는 디자이너의 경우 자신의 아이디어가 채택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주로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 디자이너를 포함시키는 경우가 적고, 마케팅 팀 독단으로 이미 프로젝트가 진행이 꽤 된 단계에서 디자이너에게 업무 요청을 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를 단순히 '이쁘게 만들어주는 사람'으로만 생각하면 성공적인 캠페인을 만들기 힘들다. 때로는 수없이 론칭된 캠페인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 


캠페인 론칭 뒤 디자이너는 자신이 디자인한 프로젝트가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론칭 뒤 수치화된 데이터를 디자이너에게 제공해 어떤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반응을 얻는지 결과를 공유하는 것도 마케터의 몫이다. 데이터와 피드백을 받지 못한 디자이너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점점 더 소비자와 멀어지는 디자인을 생산할 뿐이다. 


마무리 

지난 9월, 나는 1년 만에 전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스타트업 회사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새 회사는 마케팅 산하의 디자인팀이 아닌 독자적인 디자인 팀이 있어 더 명료한 피드백과 매니저의 멘토링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어느 회사를 가던 그 조직 특유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을 것임을 이제는 안다. 뉴욕의 스타트업 회사를 다니면서 뼈저리게 느낀 어려움들은 나중에 가서야 내가 어떤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반면교사가 되었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팀원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업무량은 혹독하고, 그 와중에 번아웃이 오지 않게 워라밸과 페이스 조절을 하는 건 순전히 나의 몫이었음을 나중에 가서야 배웠다. 힘든 점도 많았지만 그만큼 맡은 프로젝트도 많고 배운 것도 많은 1년이었다. 마케팅팀과 일하면서 겪는 반복되는 문제들은 디자이너로서 근본적인 해결점을 찾기 위한 고민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동안 배운 레슨과 교훈들이 든든한 밑거름이 되길, 또 한 단계 성장해나가는 디자이너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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