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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 Sep 12. 2022

기후 위기와 투자 1편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6시간

국가 비상사태, 파키스탄


파키스탄에 내린 최악의 폭우 피해 출처 : https://www.nytimes.com/


올해 6월 파키스탄에 14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와 이로 인한 홍수로 국토의 33%가 잠겼고, 최대 3,300만 명이 수해(추산 피해액 약 13조 5천억 원)를 입었습니다. 파키스탄 전체 인구가 2억 2천만 명인 것에 비교하면 국민 7명 중 1명이 피해를 입은 수준입니다. 게다가 홍수로 인한 수인성 감염병으로 인해 수재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계절성 기후로 인해 4월부터 10월까지 긴 우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몬순은 예년보다 10배 많아진 강수량이었기 때문에 그 피해가 막심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따듯해진 바닷물에서 발생한 수증기가 예년보다 훨씬 많은 상태로 파키스탄에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또, 파키스탄 북부에는 많은 양의 빙하가 존재하여 매년 빙하가 녹아 빙하호로 유입이 됩니다. 따듯한 기온으로 빙하호에 유입된 빙하수가 예년에 비해 3배가량 증가하였습니다. 따듯해진 바다와 더운 날씨로 녹은 빙하수가 참극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기후학자들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더욱 심해지면 몬순은 더 강력하고 불규칙한 형태로 우리를 덮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8월 국지성 폭우가 내려 서울과 경기 일대에 누적 강수량이 300mm에 달했습니다. 폭우로 인해 600억 이상의 재산피해와 12명의 안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이어 일반적인 태풍의 법칙을 모두 무시한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1조 7천 억 원의 누적 피해액이 발생했으며, 또한 인명피해도 발생하였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몇 년 만에 최악의 폭우, 폭염, 홍수, 가뭄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각자 형태는 다르나 그 원인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지구 온난화, 기후 위기


21년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6차 보고서가 발간되었습니다. 18년에 발간된 5차 보고서와 비교해보면 그 내용은 매우 충격적입니다. 5차 보고서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기온 상승을 최대 1.5℃로 제한해야 하고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여야 한다고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6차 보고서에서 1.5℃ 기온 상승 도달 시점을 2052년에서 2040년에 도달할 것으로 수정하였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1850년 이후 인류는 2조 4,00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제 4,000억 톤밖에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마저도 현재 기준으로는 약 2900억 톤이 남은 수준입니다.


6차 보고서 이후 약 1년이 지난 지금, 1.5℃ 까지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6년 10개월


최대 상승 온도를 1.5℃ 를 두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1.5℃를 넘어서 더 기온이 상승하면 가뭄으로 인해 열대림이 사라져 지구는 평균 온도로 회귀할 능력을 점점 잃고, 결국에는 온난화를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됩니다. 즉, 인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가 바로 최대 상승 온도 1.5℃입니다.


출처 :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06996.html


고작 0.5℃ 차이인데 뭐가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느냐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1/3은 바다에 흡수됩니다. 2℃를 넘어가는 수준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경우,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유입되고 산성을 띄는 바다로 바뀌게 됩니다. 이는 해양 생물들에게 매우 치명적입니다. 특히 산호의 경우는 골격을 만들기 위해 탄산칼슘에 의존하기에 더 큰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또, 산호의 최적 생장 온도는 20°C 에서 28°C 사이입니다. 이 온도를 벗어날 경우, 산호는 자신의 몸속에 살아가는 조류를 내보내고 하얗게 변화하는 백화 현상을 띱니다. 백화 현상이 심해지면 산호는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다의 열대우림으로 불리는 산호가 평균 온도 2℃를 넘어가면 약 99%가 고사합니다. 산호가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한 것을 생각하면, 바다 생태계가 어떻게 바뀔지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해산물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고, 어쩌면 바다에는 전혀 다른 생명체로 가득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기후 위기로 인해 바뀔 인류의 삶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참혹합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그 재앙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전 인류에게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It's the environment, stupid(문제는 환경이야, 바보야)


기후 위기로 인한 우리의 삶의 변화는 금융시장을 송두리째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회장, 래리 핑크. 출처 : 연합뉴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회장, 래리 핑크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기업들의 장기 전망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기후변화는 아직 금융시장이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리스크이지만, 그에 대한 인식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융업은 근본적 변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직면하게 되면서 투자자들은 금융업에 대한 기본 가정들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① 기후 리스크로 인해 지방채 시장이 재편되면 향후 개별 도시들은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인지? ② 대출 기관이 기후변화의 장기적 영향을 측정할 수 없고, 재해지역을 위한 유효한 보험 시장이 없어진다면, 금융의 핵심인 30년 만기 모지지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지? ③ 빈번한 가뭄과 홍수로 인해 식료품 가격이 상승한다면,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금리는 어떠한 영향을 받을 것인지?

투자자들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더욱더 깊이 고민하고 있으며, 결국 기후 리스크는 투자 리스크임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금융업은 투자자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동의한 전제를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쉬운  예를 들면, 주위의 신혼부부가 첫 집을 매매할 때 아래와 같은 고민을 하진 않을 것입니다. 


① 20년 안에 해수면의 높이가 많이 올라갈 수도 있으니 이 침수 예상 지역은 제외하고 검토해보자.

② 이 아파트는 빗물을 모을 수 있는 수조 탱크가 있으니, 식수를 아낄 수 있어 좋다.

③ 단지 내에 태양광을 이용한 발전이 가능해서 관리비에서 탄소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해수면이 급격히 높아지는 시대에 살지 않았고, 식수를 아끼지 않아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으며, 관리비에 탄소세를 포함해서 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원리로 금융업에 당연하게 깔려 있는 전제가 무너지면 우리는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자산시장, 금융시장을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즉, 투자 활동에 있어서 현재 구축하고 있는 기준의 전반이 바뀔 수 있다는 뜻입니다.


ESG의 개념. 출처 : esg.krx.co.kr


래리 핑크는 지난 5년간 줄 곧 기업에 ESG 경영을 요구하며, 투자자들이 ESG에 관심을 갖길 바라 왔습니다. 때문에 혹자는 그가 환경주의자가 아니냐는 비판에 이렇게 답합니다.


  "내가 환경주의자라서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자이기 때문이고, 우리 고객의 자산을 대신 관리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자본을 축적한 재력가도 한낱 인간에 불구하고 대자연 앞에서는 무력한 존재입니다. 물론 자본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보다 피해가 '덜' 입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이 의미가 있으려면 누군가 소비해주고 생산해주어 경제가 움직여야 하는데 천재지변으로 대부분이 죽고 난 뒤에 자본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때문에 기후 위기에 대해서 무엇보다 빠르게 자본이 작동할 것이라고 봅니다.


거창한 의미에서 범지구적인 희생을 하는 투자가 아닌, 자본의 흐름을 읽고 투자하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내가 지금 서있는 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바꾸고,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기후 위기에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가 아닐까요?


기후 위기 중심에서 투자하기


다음 편에서는 기후 위기로 인해 바뀔 인류의 삶을 상상(낙관적 혹은 비관적으로)해보고 어떤 산업 혹은 기업에 투자의 기회가 있을지 풀어보고자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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