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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May 11. 2016

텅 빈 하늘

아직 포기해선 안 된다

텅 빈 하늘
감독: 더글라스 카스, 로저 카스 Douglas KASS, Roger KASS
13회 서울 환경영화제 출품작

끈끈이 덫에 걸려 버둥거리며 거꾸로 매달린 예쁜 새가 있다. 아니 그런 새들이 있다, 너무도 많은 새들이. 창공을 자유롭게 날지 못하고 인간이 만든 끈적거리는 덫에 발이 붙어버렸고, 벗어나려 애쓸수록 날개도 붙어버려 그저 버둥거리는 그런 풍경들이 사이프러스 어느 숲에서는 아마 지금도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주먹만 한 감자 속에 쏙 들어가는 알몸의 새 한 마리가 있다. 그렇게 감자 속에 폭 안겨 오븐으로 들어간다. 이 새는 산채로 위스키에 절여진 다음 털이 뽑히고 그리고는 요리가 되어 식탁에 오른다. 사람들이 좀 있어 보이고 싶을 때 먹는 요리라는데 가격이 20~80유로쯤이라 한다. 지중해 문화권에서는 별식이라는 이 요리를 먹을 때는 식탁에 둘러앉은 이들이 제각기 허연 천을 머리에 뒤집어쓴다. 그 천속에서 우적우적 씹어 먹는다, 뼈 째. 씹는 식감에다 미감이 더해져 이 요리가 인기라 한다.


유럽에서 아프리카를 오가는 철새들은 오랜 시간 사람들의 먹을거리였다 한다. 고기가 귀한 시절에는 그도 그랬겠다 싶다. 오늘날은 형편이 좀 다르다. 서식지가 파괴되고 사람들이 끊임없이 잡아가고, 이렇게 개체수가 줄어들자 유럽연합은 철새들의 사냥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별 소용이 없어 보인다. 매년 지중해에서 고의로(음식) 사라지는 새가 적어도 5억 마리 가량 될 거라 한다.


불법으로 포획되는 이런 새들을 구출하려는 이들이 있다. CABs, ‘새 밀렵꾼 반대 위원회’가 그들이다. 사이프러스에서 잡히는 새 밀렵 현장에 들어가 덫에 잡힌 새들을 풀어주는 장면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었다. 끈적거리는 것에 다리며 날개며 붙어 있는 것을 이들이 뜯어주는데 다행히 몸이 성하면 포로 록 날아간다. 활 덫, 그물망 등 새들을 위협하는 건 너무나 많다. 특히 허공에 쳐 놓은 그물망에 걸리는 새의 숫자가 많게는 한 밤에 1만 마리도 잡힌다니 바닷속 그물과 다르지 않다. 새들은 구출되어 날아갈 때 미련 없이 훌쩍 날아간다. 그런데 때로 돌로 만든 덫에 걸린 새를 발견하고 돌을 들추었을 때 몸이 종잇장처럼 납작한 채 죽어 있을 때는 끔찍했다. 아직 몸이 따뜻하다는 말을 하며 조금만 더 빨리 왔더라면, 하는데 가슴이 울컥거렸다. 포획하는 이들은 캡스 멤버들에게 왜 사유지에 들어왔느냐며 협박과 고성을 퍼붓는다. 심지어는 어떤 갱단의 협박도 받는다. 이 캡스 멤버들은 각자 직업을 갖고 있다. 휴일이면 나와 새들을 구출하는 일을 하는 이들은 자기 목숨을 내놓고 한다. 수많은 새들이 죽어가는 현장을 보면 볼수록 자기 목숨을 걸고서라도 해야겠다는 다짐이 서는 걸까?


새를 가까이에서 보기 시작하면서 겁 많고 작고 여린 새들의 고통에 감정이입이 되었다. 우리가 먹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는지 또 생각해 봐야겠다. 매년 줄어드는 생물들, 그 무한책임이 인간에게 달려있는데 우린 지금 뭘 먹고 뭘 입고 있는 건지! CABs활동가들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한 마리 구하고, 내 친구가 한 마리 구하고, 내 이웃이 한 마리... 이렇게 되다 보면 그 숫자가 점점 늘지 않겠냐’ 고. 그렇다. 엄청나게 포획되고 사라져가는 숫자에 질려 한 마리 새를 구하는 일을 포기하는 일이야 말로 절망이 아닐지. 그땐 정말 텅 빈 하늘이 우리 머리 위에 있을지도. 여전히 창 밖에선 새가 지저귄다. 아직 포기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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