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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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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May 08. 2022

부처님오신날


*

어제 저녁 작은 녀석이 카네이션을 들고 와서 오늘이 아버이날이라는 걸 알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내 책상 위에 위촉장 겉장이 보인다

밤사이 어버이날이라는 걸 또 깜빡하고

누가 가져다 놓은 건가, 했는데

펼치니 금일봉과 함께

"부모님께 드리는 사랑의 감사장"

콩쥐가 어버이날이라고 선물한 거였다.

요새 어버이날 기념은 다양한 상품으로 하나보다..(이런 소비도 결국 쓰뤠긴데..라는 말은 참고 안 했)

재밌긴하니 고맙다고 했다.

콩쥐 부친도 똑같이 상을 받았다.ㅎㅎㅎ


콩쥐 동생은 카네이션 화분 하나를 신촌에서 사들고 왔다며

자긴 아직도 학생이니 이 정도로도 감지덕지 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듯 아주 당당하다

난 뭐라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기념일 같은 걸 워낙 챙기지 않고 사는 편이라

내년부터는 이왕이면 오래 키울 화분을 사오면 좋겠다며

아침에 물을  주는데 벌써 시든 꽃이 눈에 띈다 했더니

자기 성의를 이렇게 이야기해서 섭섭하다고..

그게 아니라 일회성 화분 대신 오래 키우고 싶어서 꺼낸 얘기라고 

그랬더니  그게 바로 꼰대라고

어버이날 바로 꼰대인증받은..


오늘은 어버이날이면서 부처님오신날이기도 하다며

콩쥐 동생 팥돌이는 오늘 어느 절에 가요? 이런다

전혀 계획에 없었는데 없다고 했다가는

또 뭔 소릴 들을지 몰라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자고 했고

다녀왔다


*

배우 강수연씨가 세상을 떴다

그가 나오는 영화를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다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이 없었던 건가 생각해보니 그런 것도 같고

그럼에도 그의 부고는 참 쓸쓸하다

동시대를 살았던 이여서 그런 것 같다.

앞서고 뒤서고 시간만 다를 뿐 누구나 결국 이 세상을 떠날 날을 맞이한다

어떤 삶을 살다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집착하고 미워할 시간에 내가 세상에 온 의미를 찾으며 살아야할 것 같다

사는 동안 세상에 따스함을 전할 수 있길 바랄뿐


법당에 들어가  아기부처님 목욕시키는 관불의식을 했다

천상천하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


하늘 위 하늘 아래에서 내가 홀로 가장 존귀하다. 온 세상의 모든 고통을 내가 마땅히 해결하여 편안케 하리라는 이 말이 갖는 의미를 생각한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은 부처님 살아계실 당시 인도는 엄격한 계급사회였고

인간의 행과 불행은 오직 신의 뜻에 따라 좌우된다고 믿던 시대였는데

부처님은 "천상천하유아독존" 곧 하늘 위 하늘 아래 내가 홀로 가장 존귀하다고 하셨다.

자유선언이 아닐 수 없다.


삼계개고 아당안지는 고해의 바다로 표현하는 세속의 삶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깨달음의 진리로 모두를 편안케 해주겠다는 

다시 말해 행복의 선언이었다. 

부처님은 당신의 모든 가르침을 한줄로

"나는 오직 고와 고의 소멸만을 말했다"고 하셨다


부처님오신날 천상천하유아독존

삼계개고아당안지를 다시 생각한다


20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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