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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형 Apr 30. 2022

오랜 인연


*

2014년에 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가 강원도 평창에서 열렸다

부대 행사에 참여하면서 만났던 이들 가운데 지금까지 인연이 닿는 이들이 몇 있다

오늘 그 인연 가운데 한 사람을 만났다

그젠가 부재중 전화에 그의 이름이 떠서 무슨 일인가 콜백을 했더니

갑자기 생각이 났다고

그래서 오늘 약속을 잡았던 거다.

2014년 이후로 이따금 만날 자리가 있긴 했지만

늘 무슨 행사에선가 봤기 때문에 사적인 이야길 나눌 기회가 없었다.

모처럼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즐겁게 이야길 나눴다

나중에 보더니 그의 ,

내 이럴 줄 알았어!ㅎㅎㅎ


천문학 전공이면서  

우주 138억년 역사를 관통하는 빅 히스토리를 강의하는데

환경에도 관심이 워낙 많다.

이야길 하다가 한국의 칼 세이건이 되면 좋겠단 이야길 했다.

칼은 핵에 반대하고 기후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니

그가 만약 21세기를 살고 있다면

분명 기후 운동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주 이야길 읽다보면

나란 존재가 얼마나 미진같은지(그렇다고 허무주의는 아니다, 물론)

욕망할 무언가가 단 하나도 없다는 자각을 하게 된다.

이 광대한 우주에서 티끌보다 작은 내가

이 지구에서 무얼 위해 아둥바둥하며 산다는 건지.. 하는 생각

그래서 우주 이야기는 경전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런 내 생각을 이야기하자 그도 비슷한 이야길 했다...


그가 근무하는 곳에 들어가자마자

곤충도감이 눈에 띄었다

모 지자체에서 그 지역의 곤충을 도감으로 엮은 거였는데

양이 상당했다

관심있게 보니 선물로 줬다.

무거워도 다 들고 가겠다고 했다... 선물이니까!


집에 오자마자 도감부터 펼쳐봤다.

두 권인데 한 권은 통째 나방도감이다

나방은 대체로 과수에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취급받곤하는데

나방 종류가 이토록 많다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여튼 풍부한 양의 곤충도감 덕분에 곤충에 좀더 흥미가 생길 듯하다


**

오늘은 오전에 통영충무도서관에서 주최하는 강의를 줌으로 했다

초등학생 대상인데

토요일 아침인데도 강의 들으러 컴퓨터 앞에 앉는 어린이들이 참 대견했다


환경강의를 어린이에게 할 때 기분이 참 묘하다

대부분 어른들이 저질러 놓은 일인데 싶은 마음에

그럼에도 어릴 적 환경교육은 한 사람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무튼 아이들이 강의 마치고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

기특한 이야기가 꽤 나왔는데

"지구는 우리가 잠시 빌려 쓰는 것

다음 세대에게 잘 돌려줘야해요"

라는 이야기가 기억난다.

부모님들께도 소감을 꼭 전해줫으면 좋겠다 했다


202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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