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의 '결과'와 리더의 '방향' 사이, 그 한 끗 차이에 대하여
인사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서글픈 질문들이 많이 들어온다.
"누구보다 일을 많이 한 것 같은데, 왜 이번에도 저는 제외됐을까요?" "보고서도, 실무도 제가 다 쳐냈는데… 결과가 허무합니다."
그 질문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과거의 나를 본다. 나 역시 그런 시기를 통과해 왔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성실했고, 보고서의 오타 하나 허용하지 않았으며, 맡은 실무는 완벽에 가깝게 처리했다. 당연히 '이번에는 내 차례겠지'라고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매번 기대를 빗나갔다.
실패의 원인을 곰곰이 복기해 본 뒤에야 깨달았다. 나는 그저 '일을 잘하는 사람'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을. 시키는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 거기까지가 나의 한계였다. 나의 대화는 늘 "완료했습니다"에서 멈춰 있었다. 반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린 동료들은 달랐다. 그들의 언어는 결과 보고에 그치지 않았다.
"이번 분기 방향을 이렇게 가져가 보면 어떨까요?" "이 프로젝트는 이런 전략이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향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나는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며 결과를 만들고 있었지만, 승진하는 그들은 다음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때 머리를 한 대 얻맞은 듯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승진은 능력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역할이 바뀐다는 신호'라는 것을
조직에서 실무자와 리더 후보를 가르는 기준은 명확하다. 실무자는 주어진 숫자를 만들지만, 리더 후보는 그 숫자가 움직일 '판'을 짠다.
나는 오랫동안 '성실한 실행가'라는 틀에 갇혀 있었다. 그 틀을 깨기 위해 업무에 대한 접근 방식과 말투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사고의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노력은 결국 말을 통해 표출되기 마련이다.
"다 했습니다"라는 마침표 대신, "이 방향은 어떠신가요?"라는 물음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이 작은 변화가 평가 테이블 위에서 나의 위치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초봉 2,500만 원에서 시작해 억대 연봉에 이르기까지, 20년의 세월 동안 내가 직접 부딪히며 배운 것은 단순하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내 가치는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격'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왜 나만 제자리일까" 고민하며 책상 앞을 지키고 있을 당신을 생각한다. 승진은 단순히 운이나 인맥의 결과가 아니다. 당신이 현재의 실무를 넘어 다음 단계의 '판'을 보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줄 때, 기회는 비로소 움직인다.
단 한 분이라도 이 글을 통해 자신의 전략을 점검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언제나 당신을 응원한다.
힘내라, 직장인들이여.
All is 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