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등교 D+8
오늘도 그의 학교는 평온하였나 보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얘기를 좀 하니라고 물었더니 안 한단다.
아들놈의 이야기를 100% 믿을 수는 없지만, 내 머릿속에 "화산고" 혹은 막 대결을 시작 한 무림 고수들의 정중동의 기싸움이 그려지는 건 내가 과민한 탓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생활이 재밌다고 하니 다행이다.
아들이 뭘 사달라고 하면 노래를 만들어라. 그러면 네가 원하는 걸 종류별로 색깔별로 살 수 있다.
라고 세뇌하듯이 말했다. 어쩌면 저작권이 있는 삶은 내가 바라는 삶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들이 내 나이가 되면 저작권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입시공부에 치이는 것보다는 저작권을 가질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글자를 알게 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니 책을 읽어야 해서 위인전을 한 권 뽑아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 얼마쯤 지났을 때인가 엄마와의 대화가 흘러나오고 그걸 듣고서 보고 있는 책기 김정호 위인전이라는 걸 알았다.
아들 : "엄마!!"
엄마: "왜?"
아들 : (밑도 끝도 없이) "김정호가 나빴네, 나빴어"
나 : (김정호가 나쁜 일 한 게 없을 텐데)
엄마 : "왜 나빠?"
아들 : "남의 그림을 베껴 그려서 팔았데."
저작권 개념이 있는 아이로 크고 있는 듯해서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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