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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Mar 11. 2024

긁지 않은 복권...마나님으로 산다는 것

일상공유(3)-나의 미래 편

평일 오후 미술관에 가볼 때가 있다. 사람이 적어 주말과 다른 분위기와 온도와. 다른 사람은 일하는데 나는 문화생활 중..이라는 대비성이 여유의 맛을 한층 깊게 해주기 때문.


그날도 그랬다. 일을 마치고 미술관엔 애매한 시간에 도착. 늦은 점심으로 미술관에 입점한 식당부터 갔는데. 달래해물토마토파스타.. 란 계절식에 별미란 느낌이 드는 이름의 메뉴를 시켜보니 아주 평범한 달래만 약간 흩뿌려진 토마토파스.였다. 우아하게 앉아서 여유의 시간이 시작됐다. 주위를 둘러보니. 식당은 거의 99% 여성. 마나님들이었다.


이미 은퇴한, 혹은 아이들 다 키운 가정 주부쯤으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테이블마다 가득했다. 미술관 위치가 강남 어드매기도 하고. 좀 여유 있어 보이는, 피부도 팽팽하신 어르신들이 보였다. 얼핏 들리는 대화 토픽은 '남프랑스'와 '이미자'와 '임영웅'과... 자식, 자식의 결혼 같은 키워드들이 들렸다.


생경한 모습은 아니었다. 서초동 주상복합 지하 카페에 평일 낮에 들렸을 때도 느낌은 비슷했는데. 상당히 여유 있어 보이는 어르신, 마나님, 주부님들가득했다. 그들은 좋은 옷을 입었고 건강한 얼굴빛이었고 온화한 미소와 여유 보였다.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오해하지 마시라. 그분들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열심히 일하고 은퇴하셨거나 자식, 남편 훌륭하게 뒷바라지하셨을테고. 그분들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며. 문화적인 풍요로움으로 빈 시간을 채우는 교양 있는 분들. 오히려 친해지고 싶은 대상이.)

 

물론 그분들 중엔 상당한 부를 누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동네에선 의사 부부, 법조인 부부도. 애들 학교 보내면 엄마는 '맞벌이하는' 직장맘. 아랫등급 분류된다는 푸념을 들은 적이 있다.  '돼지 엄마'라 불리는 좋은 학원, 좋은 강사 정보를 꿰뚫고 있는 가정주부 엄마들의 리더는, 직장맘을 그 모임에 끼워주지도 않는다고도 들었다.


하물며. 나란 사람은. 직장에 열심히 다녔는데. 결혼도 안(못)했고 좋은 직업의 남편도 없으니. 가끔은 안쓰럽게 보는 시선을 느낀다. 소위 '영악'한 처자들은 결혼 적령기에 미친듯이 좋은 스펙을 골라 소개팅을 땡기고. 결혼도 화려하게. 하는 걸 봤다. 그게 하나도 부럽지도 않았고. 오히려 속물처럼 느껴졌는데. 소위 '부잣집 마나님' 스펙.이 그렇게 부러워할만한 것인가.  하다. 내 최종 목표점은 아니었으니까.


다시 돌아와서. 우얏든 그날의 나는 일을 잘 마치고. 평일 미술관 사치를 부리고 있으며. 누구보다 고급스럽게 파스타면을 들이킨다. 그분들이 물론 나보다는 부자일 거 같지만. 는 같은 사치를 누리고 교양을 채운다.


내가 누군가 적당히.스펙 좋은 사람과 결혼하고 애를 낳고 살고 있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까엔. 확실한 Yes를 던지긴 어렵다. 매 순간 난 최선의 선택을 했고. 일이 더 재밌었으며. 소울 메이트를 만나지 못했다. 예전의 누군가와 그냥 결혼을 했으면 산후우울증을 겪었거나. 이혼했을 거 같다. 이후에 나는 나이가 들고 무르익어가며 상처받고 성장하며 다른 기회를 만났고. 더 깊어졌으니까.


그리고 하나 더. 강력한 카드가 있는데. 나에겐 여전히 긁지 않은 복권!.. 이란 게 있다. 그게 '부잣집 마나님' 카드든, 아니면 솔로 생활에서 찾아가는 나의 진짜 모습이든, 더 큰 깨달음이든. 내 인생에 후회는 정말이지. 단 한순간도 없다. 지나치게 신중한 나는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했고. 내 선택을 최선으로 만드는데 노력하지 않은 적이 없으니까. 평생 인연.이라는 것도 '부잣집 마나님'을 넘어설 만큼의 나의 진짜 짝꿍.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니까. 그리고 그 복권은 언젠가는 긁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살고 있으니까.


여유 있어 보이는, 강남의 마나님들 사이에서 홀로 파스타 먹고 전시 본 썰을 이렇게, 여기까지. 풀어보았습니다.

돈나무가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앞쪽 줄기가 먼저 삐쭉 올라와서. 이걸 잘라줘야 하나.. 했는데. 뒤쪽에 여린 잎, 연두색의 줄기가 이렇게 불쑥 성큼성큼 자라서. 균형을 맞췄습니다. 치고 올라왔지요. 주식시장도 모처럼 좋은데.. 이러다 진짜 부자가 되려나. 인연을 만나려나. 제 나름의. 그냥. 막무가내. 희망을 품어봅니다. 봄이 오잖아요. 행복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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