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싫은 사람
인간관계 대처법-회사편(1)
나의 MBTI는 'E'다. 혼자 살고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는데 왜일까 싶었다. 가까운 가족의 설명은 "너는 사람을 만나야 힘을 얻는다"라고 한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나면 급 피곤해지고, 내가 한 말들을 곱씹으며 들떴던 마음과 남는 감정에 끄달리며, 혹시 상처 주는 말을 했을까가 '후유증'처럼 나를 괴롭히기도 하는데.. 어쩔 수 없이 나를 사람 사이에 놓아야 한다는 거다. 맞는 말이긴 하다.. 세상사의 버거움과 이 예민한 감정을 오롯이 홀로 짊어지고 살다 간 나는 끝도 없는 바닥으로 침잠할 것이기에.
그래도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부풀려 전하는 사람. 직장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면 정말 곤혹스럽다. 예전에 같은 부서에서 그런 식으로, '농단'이라고 떠올릴 정도로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는 자를 보고 학을 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자'가 다시 같은 부서로 왔다. 그런 사람일수록 쓸데없는 말은 많고 자기 과시는 심하다. 그가 전한 누군가의 얘기도 '그런 말할 사람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잦다. 친절하게 구는 듯하지만 뒤에 가서는 나에 대해 뭐라고 할지 몰라서 가끔은 섬뜩할 정도.
안 좋은 말을 듣거나, 크게 상처받은 상황에 닥치면 관계를 끊어버렸다. 어차피 남, 굳이 안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었다. 예의와 배려가 없는 사람. 내가 쏟는 노력과 정성에 비해 나의 중요한 '시점'에 나를 모른 척 한 사람. 사소한 도움조차, 자기가 우위에 있는 것처럼 군 사람. 끊어낸 인연, 끊어져간 인연도 상당하다.
지난해 어떤 일을 계기로, 또 연말연초에 호되게 앓고 나서.. 나는 그런 인연이나 관계에 대해서도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용서'에 대한 명상을 하고 관련 글도 읽었다. '용서'하지 않는 것은 결국 나를 크게 상처 주는 일, 이라는 말에 정말 공감했다. 나는 그런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분노가 치밀고 아팠다. 어떤 식으로든 나에게, 스스로 괴로움을 주는 시간일 뿐. 상처는 내가 곱씹을수록 더욱 곪아갔다. 어떤 사람에 대해선 측은지심을 갖는 방향으로(그래 너 참 불쌍하다, 너도 힘들었겠지).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일단 한번 보자고 했다.(그 일이 벌써 수개월이 지났다..) 만나면 예전에 서로를 아끼고 걱정했던 감정이 조금은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싶었다. 나는 '노오력' 하고 있다.
아무래도 예의 없는 사람은 그냥 잊기로 했다. 친한 지인은 미운 사람이 떠오르면 "사는 게 고통이니 너 그냥 오래오래 살아라"는 덕담을 속으로 전했다고 했다. 나도 그래서 어떤 무례했던 이에게는 그 말을 돌려주며 떠올리지 않기로 했다. 내가 굳이 나서서 복수도 처단도 악담도 퍼부을 이유가 없기에. 나를 불편하게 했던 그 자는, 그런 태도 때문에라도 삶이 쉽지는 않을 것이기에. 나는 시간 낭비와 같은 그런 '나쁜 감정'을 버리고 더 밝게, 맑게 지낼 것이기에. (너는 이제 나에게 먼지만큼도 되지 않는다.)
그치만.. 오늘도 회사에 앉아 있으면 불쑥불쑥 '아무래도 싫은 사람'의 유형이 얼쩡거린다.. 다시 또 내려놓자. 그도 노력 중일 거다, 그런 그도 불쌍하지 않은가.라고. 그리고 나는 내 일만, 필요한 말만 하면 된다. 가끔은 그런 그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테니. 그 역시 나에겐 조금도 중요하지 않은, 먼지만큼도 아닌 존재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