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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Jan 24. 2024

갈등 피하기...꼬임줄을 엮지 말자

인간관계 대처법-회사편(2)

좀 덜 바쁜 부서로 오고 나서는 '갈등'이라는 걸 만들지 않으려고 노오력 중이다. 누군가 좀 부족해도, 일을 못해도 '그러려니'하고. 내가 좀 더 움직이면 된다는 생각. 또 사고가 나도  사람의 몫이지, 내 책임은 아니니까.


좀 바쁜 부서 위주로 오래 있었던 탓에 이렇게 무른 태도로 바뀌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지금도 불쑥불쑥 '존버'하고, 이 일 저 일 참견하기도 하지만. 지나친 완벽주의 성향과 예민함은 '꼰대' 취급받기 십상이라. 아예 일을 좀 덜.. 하려고도 한다. ('꼰대 성향자'는 이것도 가끔 억울하다. 일을 열심히 잘하려는 게 잘못인가..)


그런데 오늘은 후배님과 단체 채팅방에서 약간의 언쟁이 있었다. '네 말도 맞는데, 그래도 네 맘대로 그걸 바꾸려면 먼저 윗사람한테 얘기를 해야 한단다'.. 뭐 이런 상황이었다. 후배가 경험이 부족한 탓에 벌어진 일인데 예전엔 일을 잘 못하는 후배들이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그저 답답하고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 나무라기도 했다. 가르치는 과정 자체가 (극도의) 친절함을 담을 순 없어서, 나는 그냥 엄한 선배였다. 일을 열심히 하고, 결과물이 좋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아일을 잘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를 '우위'에 두고 호되게 굴었을 거다.


단체 채팅방에서 벌어진 짧은 논쟁은 더 큰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오늘 나는 후배를 바로 만나 설명하고 정리하는 대신 그냥 자리를 피했다. 잠시 통창이 있는 곳에 홀로 앉아 있었다.  계간지를 읽고, 명상 음악을 들었다. 해가 뜬 풍경,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머리를 비웠다. 다른 방식. 나는 일할 때 내가 하던 방식, 설명하고 가르치고 설득하는 대신, 오늘은 그냥 좀 앉아 있었다. ... 결과적으로 상황은 잘 마무리됐다. 결국은 흙탕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린 것과 같았다.


갈등(藤)이란 말. 문자 그대로 칡나무와 등나무가 이리저리 꼬인 상태다. 그동안 내가 일하는 방식은 아마도 이 칡나무와 등나무를 들고 '이건 칡나무야', '이건 등나무야' 하면서 이리저리 꼬아보며 풀어내려는 방식이었을 게다. 그걸 꼬는 과정에 나든 상대방이든 긁혀서 상처받고, 그게 아물어야 '완전한 해법'을 찾았다고 생각했었다. 뭔가 확실하게 털어내고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다 큰 어른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 큰 문제 상황이라면 본인 스스로나 주변에서 이미 알아차릴 거라는 것(내가 나서지 않아도). 내가 다 나서서 모든 매듭을 풀어낼 수도 없고, 새삼 그 사람을 가르치고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렇게 나선들 나는 그저 '엄한 갈등 유발자'가 될 뿐이기에.


일로 만난 사람들. 인간적인 부분에서 큰 기대와 의지를 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냥 '일로 만난 사람들' 범주로, '동료' 대 '동료', 나아가 그저 내 일에 방해만 하지 마라.. 정도로 기대를 낮추고 있다. 그래도 일을 하려면 생각을 맞춰가야 하고, 대화를 아니할 수도 없고, (나는 아직도 그래도) 이 험준한 직장생활에서 서로 시너지 내며 즐겁게 일하자는 기대가 있어서.. 여전히 완전히 내려놓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불쑥불쑥 '기대'라는 게 올라오니까. 그래도 오늘은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 참 다른 방식으로 대처하길 잘했다고 생각. 이것도 어쩌면 은은하게 습관처럼 자리 잡은 명상이 주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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