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와 명상(1)
대학 때 시작한 요가 수련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피곤해서, 시간이 없어서, 몸이 안 좋아서, 약속이 있어서, 어제 갔으니까... 요가원을 가지 않아야 할 이유는 십수 가지라도 떠오르는데, 그럼에도 요가원을 향하는 데는 그동안 경험칙으로 다져온 대전제가 있다. "일단 가면 무조건 좋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요가원에 가도 가벼운 몸으로 나오게 된다.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직장생활 스트레스에 시달려 머리가 복잡해도 일단 가야 한다. 마지막 완전한 휴식, 사바사나(송장자세)까지 하게 되면. 내 고민의 크기가 한 줌으로 줄어들어 있다. 파탄잘리는 '요가수트라'에서 '요가는 지금 여기에 몰입하는 훈련', '의식에서 일어나는 동요를 잠잠하게 소멸시키는 행위'로 정의한다. (배철현 교수 의역)
수련을 하다 보면 느끼는 경험. 몸이 움직이면 마음이 움직이고, 마음이 움직이면 몸이 따라서 가벼워진다. 요가가 좋은 이유는 너무너무 많지만... 꾸준히 하기 위해선 일단 요가가 좋아야 하고, 그건 또 꾸준히 다녀봐야 알 수 있다.
요가를 꾸준히 하는 방법. 무조건 가까운 요가원을 찾았다. 집 근처라 새벽이나 저녁에 가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일이 바쁠 때는 사무실 근처의 요가원으로 갔다. 점심 약속을 매일 잡지 않고, 일주일에 단 한두 번이라도 고요하게 수련을 하는 것이 훨씬 좋았다. 주말에도 요가원으로 갔다. 요즘은 주말 수업하는 요가원도 많고, 하루이틀 정도로 워크숍을 열기도 한다. 한동안은 토ㆍ일 오전에 습관적으로 요가원에 갔는데 그게 마치 나에겐 주말 브런치 같았다. 힐링이 되었다. 평온한 공간에서 여유를 공유하는 기분이랄까.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 도반들과 차를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며 수다를 나눴다.
요가원까지가 가기 힘들다면 유튜브가 있다!.. '머리 아플 때 좋은 요가', '생리할 때 좋은 요가', ''골반을 풀어주는 요가', '아침 요가', '침대 요가' 등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요가 영상들이 있다. 명상도 마찬가지다. '아침 명상' '저녁 명상' '요가니드라' 같은 영상은 꼭 틀어놓고 잠이 깨거나 잠에 드는 편이다.
하지만 요가 동영상은 가급적 중급자 이상이 활용하는 것이 좋다. 요가를 처음 경험하거나 초급자인 경우 요가 동작이 익숙하지 않아서 어설픈 방식으로 동작을 따라 하다가 자칫 요가에 흥미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요가를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단 몇 달이라도 요가원에서 수련을 하면서 기본적인 것들을 익힌 후 활용할 것을 권하고 싶다. '요가수트라'에서는 요가의 8단계를 말한다. 야마(금계), 니야마(권계), 아사나(자세), 프라나야마(호흡), 프라티야하라(감각 제어), 다라나(집중), 디야나(명상), 사마디(해탈). 아사나는 그중에 하나일 뿐이다. 요가는 단순히 스트레칭이 아니다. 특히 호흡을 놓치면 안 된다. 근육의 쓰임도 꽤 정교하다. 수련이 깊어질수록 '다치지 않는' 요가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집에서 꾸준히 하는 것 역시 상당한 의지가 필요하다. 촬영하는 방법이 있다. 내 경우는 집에서 요가할 때 하이퍼랩스 촬영을 한다. 동작을 잘하고 있는지 이후에 확인하는 용도이기도 하지만 일단 영상 촬영을 시작하면 수련을 끝까지 할 수 있어서다. 특히 집에서 수련을 하다 보면 중간에 여러 번 중단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밥 먹을까, 청소할까, 이만큼 움직였음 됐다 등등) 촬영을 하게 되면 일단 끝까지 마쳐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영상은 SNS에 올리기도 했는데, '나의 수련 사실을 널리 알렸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SNS 피로감에 올리지 않는다. 대신 비공개로 내 수련 기록을 저장하는 아카이브로 활용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도 촬영한 수련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종종 올려준다. 수련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꽤 재밌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도반들과의 소통이 활발히 이뤄지기도 한다.
요가 도반. 같이 수련하는 도반이 있으면 요가원에 꾸준히 가는데 도움이 된다. 내 경우 요가지도자 과정(RYT200)을 함께한 도반들이 큰 힘이 된다. "다음 주 전일 출석해야죠", "내일 또 만나요"...등 출석을 서로 독려해 주는 말들로 나도 모르게 일주일 내내 요가원으로 향했다. 잘되는 동작, 안 되는 동작, 부상 등에 대한 대화. 또 좋은 워크숍 등의 정보를 공유한다. 대부분의 요가원이 끝나면 마실 수 있는 차를 준비하는데 얼굴을 자주 보면 자연스레 인사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이 곳에서, 이렇게 수련하고 있다는 것은 어쨌든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는 경우가 많다. 쉽게 친해진다. 그리고 선생님의 관심과 친절이 있다. 요가하는 사람들은 참 다정하다. 요가원은 그냥 가서 숨만 쉬고 있어도 참 행복한 공간이다. 그러니 부디 "요가하세요. 무조건 좋습니다."
요가하러 간 발리. 그곳에서 만난 다정해보이는 조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