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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Jan 25. 2024

어떤 호의는 상처가 된다

인간관계(3)-회사편

회사생활이 정말 힘들어서 정년 가까이 된 선배께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내 딴에는 이런저런 궁리란 걸 한 건데. 회사를 오래 다니신 선배 얘기를 들으면 좀 더 힘이 날까 했는데. 선배는 그게 정말 큰 걱정으로 다가오셨던 거 같다.


숨 좀 돌리고. 다시 그냥 열심히 일하고 있는 와중에 연락을 받았다. 다른 회사의 적당한 자리. 나쁘지 않지만 업을 바꿔야 하는 자리. 이직을 그냥 상상 속에서만 생각하던 나는 정말 당황했다. 사실 시작은 "추천할만한 사람 없니"였는데.. 듣고 보니. "너는 생각 없니"였다... 너무나 날 걱정해 주고 챙겨주신 거였는데. 순간 눈물이 왈칵 났다. 나 지금 현타 느껴야 하는 걸까..


힘든 시간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 시간도 지나가겠지, 추억하겠지... '하나의 문이 닫히고 또 다른 문이 열렸으니' 얼마나 다행(파킨슨 진단을 받은 뒤 작가로 거듭난 정신과 의사 김혜남 선생님 책에 있던 대목. 차선의 길에서 생각지도 못한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이라며 이 시간을 또 다른 배움의 시간으로 삼자...며 요가명상에 더 집중했는데. 그러면서 희미했던 요가 수련자의 길이 요가 지도자의 길로. 그리고 만약 퇴사를 한다면 본격적으로 요가 지도자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빠른 시일 내 답변을 바라는 선배께. 아직은.. 이라고 말씀드렸다. 이직을 하더라도 요가명상 지도자의 길을 갈 거 같다고. 당연히 선배는 요가해서 어떻게 먹고 살래.. 라는 현실적인 말씀을 해주셨다.


요가명상 공부를 한다고 하면. 어떤 이는  그 어려운 동작 다 할 수 있느냐, 자격증 있느냐 묻고..요가원 내면 되겠네 유튜브 하면 되겠네. 더한다. (요가는 공인 자격증이란 게 없고 요가원에서 지도자 과정을 수료하는 성격. 아사나가 전부가 아니며 나는 계속 수련중이며 수련은 끝이 없으며.. 주절주절 흩뿌린다. 요가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인식은 아직인 거다.)


오늘 심에 만난 선배도 지금 직업을 바탕으로 특이한 커리어를 내세울 수 있겠네. 했다. (아직은 직장을 다니니 괜찮지,라는 배경이 깔려있다.) 오후에 연락 주신 선배처럼 요가는 그냥 취미 영역이지, 먹고살 걱정을 해주시는 것도 이해를 한다. (그러니 나도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는 걸 테고.)


그런데 눈물은 났다. 괜찮은 적 살고 있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어떤 호의는 상처를 건드린다. 내 나이가 커리어를 바꾸기 좋은 때라고 하신다... 사에 대한 기대와 희망의 끈을 놓으라고 하신다.. 감사한 호의인데. 눈물은 났다.


마침 내일은 겨울 휴가를 내고 인도에 간다. 어떤 답을 얻고 올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적절한 때다.

얼마 전 서울식물원에서 만난 울라프. 눈이 그친 후에도.. 굳건하게 그늘에서 살아있다. 누군가 꾹꾹 눌러담은 정성이 그를 좀 더 살게 하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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