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 mango Nov 29. 2017

지구별 스쿨 라이프

  대한민국의 초등생들은 바쁘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학원으로 달려 나간다. 저녁 7~8시까지 빼곡히 들어찬 학생들의 스케줄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한번은 수업 시간에 신나게 수다를 떠는 학생들에게,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 친구들과 실컷 대화를 나누는 게 어떠니?”라고 조언을 했다. 그랬더니 “쉬는 시간은 너무 짧고, 방과 후엔 학원을 가야 해서 시간이 없어요.”라는 말이 웅성웅성, 밀물처럼 몰려왔다. 마음이 짠했다. 학생들은 매일 바쁜 일과에 쫓긴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들여다볼 마음의 틈이 없다. 어떤 때는 친구가 결석을 해도 모를 만큼. 『지구별 스쿨 라이프』는, 일상이 빡빡할수록 옆 친구를 찬찬히 들여다보라고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유찬이의 눈을 통해 기오를 들여다본다. 기오가 이상해졌다. 지우개도 좀처럼 빌려주지 않던, 까칠한 기오가 물감을 선뜻 빌려주질 않나, 수학 박사 기오가 수학 쪽지 시험을 앞두고 커닝을 시도하지 않나. 기오의 몸속에 외계인이 들어간 게 틀림없다! 처음에 유찬이는, 기오가 지구별에서 사라지든 우주로 떠나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영원한 일등은 자기가 될 테니까… 그런데 기오가 사라진 교실을 생각하니 이상하게 가슴이 덜컹거렸다. 마음은 거짓말을 못한다. 겉으론 기오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서, 기오가 이상해진 것을 유일하게 알아챌 만큼, 유찬이는 이미 기오에게로 마음이 향해 있었다. 상대방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순간이, 관계 형성의 첫 신호탄이다.  


 유찬이는 외계인 기오를 통해, 진짜 기오의 팍팍한 삶을 엿본다. 방과 후 빼곡히 채워진 학원 일정, 사이보그와 다름없는 삶. “왜 하필 윤기오 몸에 들어갔어?”라는 질문에, 외계인 기오는 당당하게 대답한다. “친구가 없으니까. 친구가 있으면 내가 외계인이라는 걸 금방 알아챌 거 아니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잖아. 윤기오 따위는.” 외계인 기오의 말이 귓전에 계속 맴돌고, 유찬이는 진짜 기오의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기오도 함께 신나게 놀 친구를 그리워했겠구나… 결국, 유찬이는 고민 끝에 외계인 기오에게, 진짜 기오를 돌려달라고 진심으로 부탁한다.      


  만약에, 기오의 몸속에 외계인이 들어간 걸 알아채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기오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 채 지금도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것이다. 친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유찬이의 ‘눈’ 덕분에, ‘기오를 신경 쓰는 한 명’이 생긴 덕분에 진짜 기오가 되돌아올 수 있었다. 기오를 향한 ‘관심’이 기오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고, 유찬이는 한 발 더 다가가 기오와 ‘친구’가 되었다. 상대방을 향한 세심한 관찰과 지속적인 관심은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서로를 향한 거리의 틈을 촘촘히 메워준다.      


 지금 우리 주위에도 호시탐탐 외계인이 기웃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누군가와 연결이 끊어진 몸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지도… 만약에, 옆 친구에게 외계인이 들어갔다는 걸 알아챈다면, 유찬이처럼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그 친구를 불러보자. 분명 그 친구는 자기를 불러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봇벵 마을에 전하는 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