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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Jul 01. 2024

내 인생 6개월 남았다면 뭐 해야 할까

남편이 떠난 지 3개월이 지나고 있다. 3개월 그 이전의 6개월 우리의 삶은 보통 때나 마찬가지였다. 하루 세끼를 먹고 가끔 근사한 외식을 하고 또 가까운 곳으로 피크닉을 가거나 소소한 쇼핑을 하고 분위기 좋은 찻집을 찾아다니고. 예정된 죽음을 몰랐기에 누릴 수 있었던 일상이었다. 만약 6개월 뒤가 마지막이란 걸 알았다면 어떤 시간들로 채우고 보냈을까. 남편은 우리 바람보다 많이 일찍 떠났을 뿐이고, 사실 나도 우리도 언제가 만나게 될 그날이다. 그래서 내 인생 6개월이 남았다고 한다면.. 그래서 5가지는 꼭 해야 한다고 하면 1. 입 맛에 당기는 음식을 꾀나 훌륭한 셰프가 요리하는 곳에 가서 먹고 2. 비싼 옷 아니더라도 취향 저격 새 옷을 사 입고 3. 미루다가 못 간 여행지를 여행하고 4. 사랑하는 딸 이랑 풀메 하고 가족사진을 남기고 5. 존경하는 목사님을 찾아가 예배를 드리고 싶다. 이렇게 적고 나니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들이다. 다만 지금은 6개월 뒤에도 내가 이것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충 하고 있고, 생명이 6개월 남은 상황에 이것들을 한다면 1분 1초 온몸의 감각과 세포들을 깨워 느끼고 기억하고 담으며 소중히 여기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인생을 살든지 우린 분명 어제 보다 오늘 죽음에 하루 더 가까워졌다.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걸 깨닫고 의식하고 산다면 살아있는 지금을 더욱 생생하게 활력 있게 느끼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수박에 약간의 소금을 치면 단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죽음이 삶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짧은 인생을 맛있게 하는 어떤 순간이 되어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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