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반백년도 못 살아본 내가 인생특강을 한다면 무얼 말할 수 있을까. 나이는 마흔이지만 취업, 결혼, 임신, 출산, 육아, 사별까지 인생에서 깨야 하는 모든 판을 다 깨고 다리에 힘이 풀린 느낌이다. 어려도 봤고, 젊어도 봤고, 이제 늙어 보기만 하면 되는 건가? 작은 내 삶에 담고 싶은 것이 이제는 많지가 않다. 기술 덕분에 싫어도 100세까지 살게 된다던데 솔직히 말하면 100세가 된 내 모습을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길지 않은 인생인데 이젠 아등바등하고 싶지도 않고 태생이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라 늘 불안이 높은데 그 불안도 내려놓고 살고 싶다. 그래서 인생특강을 한다면 오늘을 즐기고 지금을 누려라! 고 말하고 싶다. 미래를 준비하지 말고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그런 의미는 아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 지금 내가 만나는 관계, 지금 내가 먹는 음식과 커피, 지금 내가 바라보는 자연과 날씨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고 소중하다 못해 귀하고 귀하다. 매일이 똑같은 공기가 아니고 내 몸속 세포도 어제와 다를 것인데 그렇게 아침마다 늘 새롭게 나를 만나고 매일을 만나고 누린다면 언제 마침표를 찍어도 후회가 남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내 곁에 사람들을 힘껏 사랑하고 안아줘야지 싶다. 남편을 관에 넣으면서 보니 우리가 사는 주거형태도 차량 배기량도 먹던 음식의 퀄리티도 걸치던 옷 브랜드도 다 별거 아닌 게 된다. 재벌이든 고위 공무원이든 슈퍼스타든 다 똑같은 관 사이즈에 들어간다. 검소하게 살아야 했던 우리 지만 마지막엔 결국 다 똑같아지는구나를 봤다. 그러니까 욕심부릴 것도 염려를 짊어지고 살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오늘 나는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