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는 개가 한 마리 있었다

어느 요양원에서(4)

by 무심

요양원 마당 한쪽에는 진돗개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날렵한 발놀림과 영특한 눈빛을 가진 개, 차순이였다.


식사 후 석룡산 산책로를 걷는 것은 환우들의 중요한 일과였다.

왕복 사십 분 남짓한 길을 나설 때면 차순이는 늘 우리보다 앞서 걸었다.

너무 멀어지지도, 그렇다고 곁에 붙지도 않았다. 숨이 차서 발걸음이 느려지면, 조금 앞에서 멈춰 서서 기다렸다.

적당히 거리가 좁혀진 후에야, 다시 앞서서 우리를 안심시켰다.


병원 치료를 마치고 요양원으로 돌아오는 날이면 나는 차순이를 위해 육포를 사 왔다.

마당에 들어서면 차순이는 천천히 다가와 꼬리를 흔들었다. 육포를 앞에 내려놓으면, 다 먹은 후, 무심하게 자기 공간으로 물러섰다.

가끔 배를 보이며 드러눕기도 하여 나를 감동시켰지만, 그 이상은 없었다.


차순이는 누구를 특별히 따르지 않았다. 간식을 주는 사람도, 매일 산책을 함께하는 사람도 모두 같은 간격으로 대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가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차순이는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정을 주는 법보다,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먼저 배운 개처럼 보였다.


그 거리감이 때로는 서운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했다. 우리가 떠난 뒤에도 차순이는 같은 자리에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차순이는 떠날 사람을 붙잡지 않는 순리를 아는, 요양원에 잘 어울리는 개였다.


원장님은 차순이에게 짝을 찾아주려 여러 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건너편 펜션에서 지내던, 다리 하나를 잃은 개와 결국 짝이 되었다. 그 일은 한동안 환우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얼마 후, 누구나 그러했듯 나도 요양원을 떠났다.
가끔은 산책로를 앞서 걷던 차순이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기대하지 않고,
붙잡지 않고,
기다리는 그 거리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