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jae
쇠똥을 굴리다
쇠똥을 파먹고 커서 그 속에다 알을 스는 쇠똥구리의 몸뚱이에서는
짓이겨진 풀 냄새가 납니다
나는 한때 별빛을 몸에 두르고 걸었습니다
별똥 흩어진 풀밭을 걷다가 별똥에 채여 넘어지곤 하던
그때 나는 별똥구리였던가요
갈기 세운 구름이 발굽소리 울리며 흐르고 내 안으로 바람 들이쳤던 적 있습니다
뒹굴고 부서지며 지평의 끝까지 날려갔던
그때 나는 바람구리였던가요
서쪽 하늘 아래에서 잘 익은 사과밭이 반짝이는 한나절
둥글게 햇빛을 굴리며 사과향기 가득한 언덕을 오르던
그때 나는 햇빛구리였던가요
당신의 말씀들을 모아 경단을 만드는 저녁나절
짓이겨진 풀 냄새와 별빛이며 바람이며 햇빛인 영혼을 파먹고 자랄
유충의 부화를 예감하는
쇠똥구리의 여름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