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소집일

잦은 출근의 복직 놀이에 자연스러운 만남

by 위혜정

방학 중 학생들의 예비 소집일이다. 새로운 학년의 교과서를 받고, 덤으로 신반 담임교사와 학급 친구들을 확인하기 위해 등교하는 날이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 입시에 워낙 중요 시기이다 보니 기숙학원이나 겨울 캠프 등으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학생들도 있어서 예비 소집일의 중요도가 밀리기도 한다. 부장님께서도 등교가 필수인지에 대한 문의 전화가 많이 왔었던 것을 감안하여 각 반별로 1/3 정도는 등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고지하셨다.


반 아이들을 처음 마주하는 날, 1/3의 빈자리를 예상했는데 제법 꽉 채운 교실을 보며 최악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4명 결석이다. 1년의 공백을 딛고 교실 앞에 서면 떨리고 어색할 줄만 알았는데 아이들 앞에 서니 어제 출근한 것처럼 자연스럽다. 잦은 출근으로 복직 놀이를 하도 해서 그런지 장난기도 살짝 발동한다. 경직되어 있는 아이들의 분위기를 풀어주는 것도 내 몫 만큼 농담도 나쁘지 않다.


"너희들 오늘 왜 온 거야?"

"교과서 받으러요."

"아니지, 나 보러 온 거잖아."

"(피씩)"


20명의 아이들을 도서관으로 보내어 교과서를 교실까지 운반한다. 남학생만 보내려 했는데 결석생이 있어서 여학생 3명을 더 뽑아야 한다.


"반 친구들을 위해 남학생들과 함께 힘 좀 써 줄 여학생?"


3명의 여학생이 자원한다. 무언의 압박을 받았다 하더라도 스스로 손을 드는 분위기, 긍정적이다. 교과서 배부 후, 수량을 확인한 후 모두 핸드폰을 꺼내도록 했다.


"지금부터 선생님 핸드폰 번호를 알려줄 테니 'OO번 OOO입니다' 형식으로 문자를 보내세요. 가장 빨리 보내는 3명에게 개학날 소소한 상품 증정식이 있겠습니다."


작은 선물이 뭐라고 아이들의 눈이 반짝인다. 칠판 구석에 전화번호를 적기 시작했더니 "잘 안 보여요!" 하는 열정 어린 성화에 육성으로 크게 불러줬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1초라는 간발의 차이로 줄이 세워졌다. 순간, 개인 적으로 선착순을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잘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얘들아 줄 세워서 미안하다. 뭐, 이건 재미로 하는 거니 용서해라.

<경쟁적인 아이들의 문자>


임시 시간표 공지 일정, 개학날 등교 시간, 학사 일정 전달사항과 간단한 훈화를 마친 후 질문 있으면 하라고 했다. 맨 앞 녀석이 손을 번쩍 든다.


"선생님, 성함이 뭐예요?"

" 성함?"


또 장난기가 발동한다.


"선생님 성함과 담당 과목은 너네가 알아오도록. 숙제다."


아이들이 허탈하게 웃지만 긴장감이 조금은 누그러졌길 바라본다. 아이들을 다 귀가시키고 교과서 미수령 학생들의 책을 정리를 하고 있는데 어떤 학생이 다시 교실로 들어온다.


"선생님, 성함이 OOO 맞죠?"


푸하하, 내 이름 맞추려고 다시 교실로 온 녀석, 귀엽다. 그런데 어쩌니? 아닌걸.


"땡! 틀렸어. 다시 알아봐."


소소한 것에 진지한 학생들, 오늘의 첫인상은 초록불이다. 앞으로 어떻게 나의 애간장을 녹일지는 알 수 없지만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제발 개학전까지 긴급 연락으로 전화벨이 울리지 않길 바라며 남은 일주일만큼은 잠잠히 보낼 수 있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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