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필사와 함께하는 글쓰기 여정의 출발
“영어 공부해 볼까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자주 받는 이 질문 앞에 한국인에게 영어는 평생의 숙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처럼 영어를 매일 공부해야 하는 직업적 사명이 없는 이들조차도 매년 새해 도전 목록에 의례 영어 공부를 끼워 넣곤 하니까요. 사그라지지 않는 영어에 대한 열정, 혹은 무조건 자극 반응과 같은 마음의 짐을 느끼며 “왜 영어 공부를 하려고 하세요?”라고 이유를 되묻습니다. 유학이나 승진이라는 뚜렷한 동기를 제외하고 의외로 답은 비슷한 방향으로 수렴됩니다.
“(해외에 여행 가서) 프리 토킹하고 싶어요. 외국인과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것이 꿈이에요.”
사실, 막힘없는 ‘프리 토킹’은 저의 꿈이기도 합니다. 원어민이 아닌 이상, 외국어를 통달하는 수준까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길을 꾸역꾸역 가고 있거든요. 평생 할 일이라 생각하며 눈 딱 감고 합니다. 업이기도 하거니와 제가 좋아하기에 지속가능한 일이지요. 하지만, 생의 어느 지점에서 홀연히 영어 공부에 대한 막연한 의무와 기대감을 가지고 시동을 거는 분들께는 어떤 조언을 해드려야 할까요? 고민입니다. 결국, 조심스레 이렇게 말씀드리게 됩니다.
“평생 공부할 각오가 아니면 시작하지 마세요.”
몽글몽글 피어나는 의지를 싹둑 잘라내는 냉답(冷答)이라고요?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에둘러 희망 고문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그래요. 현실적으로 계산기를 두들겨보면 지극히 당연한 답이거든요. 외국어 학습의 초입에서 서성이다 낭비해 버린 수많은 시간, 노력, 돈을 떠올려 보시겠어요? 저 역시 5개 국어 구사가 목표였기에 프랑스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을 끄적였던 적이 있어요. 이른 새벽을 깨우며 학원에 다니고 열심히 공부했던 무수한 시간 속에 뒹굴었습니다. 중요한 건 어느 지점에서 멈춰 선 이후, 모든 것이 휘발되어 버리고 남은 건 '공부한 적이 있었지...'란 기억뿐이라는 거예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면, 휴지기를 갖더라도 그동안 작업했던 작품들이 남아있어요. 운동 역시 중간에 그만두어도 몸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번 배운 자전거를 한참을 쉬었다 타도 넘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외국어는 다릅니다. 시작과 과정이 아무리 창대하여도 계속하지 않으면 모든 투여가 허사로 돌아갑니다. 흔적 없이 몽땅 사라져 버려요.‘이 단어 익숙한데?’라는 반가움만 남을 뿐, 의미조차 기억나지 않고 가물거리는 허무함이랄까요.‘언젠가 멈춤’이라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염두하고 있다면 다른 어떤 분야보다 큰 소모의 경험으로 남게 되는 것이 외국어 학습입니다. 물론, 가볍게 시작해서 가볍게 멈추는 것도 나쁘기만 한 건 아닙니다. 무언가를 시도했다는 기억의 흔적만으로 만족하겠다면 말이지요. 요즘은 번역기가 잘 되어있어서 영어 실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외국 여행에서 의사소통의 문제를 큰 어려움 없이 해결할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진지한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할 열정이 식지 않는 분들이 계시지요? 그렇다면 이번엔 반갑게 환영하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드릴게요.
“Stop Dreaming, Start Living.”
“꿈만 꾸는 것을 멈추고 인생을 살아가기 시작하세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포스터에 새겨진 주제입니다. 막연한 꿈 대신, 지금 당장 그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출발을 응원하고 있는 문구이지요. 현실로 끌어오지 못한 채 머릿속에 잠겨버린 일들이 우리 생에 얼마나 많은지요. 완벽해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면서 완성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망설이지 말고 ‘바로’ 시작하세요!‘꾸준’하게 끌고만 가면 반드시 성취감이라는 녀석이 따라오게 되어있습니다. 제게 영어가 그랬고, 글쓰기가 그랬던 것처럼요.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영어 필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별도의 글쓰기 훈련을 받아본 적도 없는 사람이 감히 글을 쓸 용기를 갖게 되다니요. 모두 영어 필사라는 힘에 기댄 덕분이었습니다. 문득, 영어 공부도 하고 싶고, 글쓰기와 출간 사이의 어딘가에서도 서성이고 계실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영어 공부를 가볍게 시작해 보고 싶으신 분들, 글쓰기를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하신 분들이 계실 거예요. 자연스레 영어에 물들어가는 글쓰기의 세계를 선사해 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닿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막막했던 글쓰기의 초입에서 마중물이 되어 주었던 영어 필사의 힘을 나누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작은 징검다리를 놓아드리면 훨씬 건너기 쉬우니까요. 세계 공용어가 한국어로 바뀌지 않는 한,‘영어’에 대한 갈급함은 밀물과 썰물처럼 계속될 것입니다. 이왕에 하는 것 영어까지 포함해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도 얹어봅니다.
영어 학습에 시동을 걸고 싶으신 분들, 영어 필사를 통해 글쓰기 습관을 키우고 싶으신 분들, 책 출간을 목표로 조금씩 글 쓰는 근력을 키워가고 싶은 분들, 혹은 그저 영어 필사나 글쓰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작은 동기부여가 되면 좋겠습니다. ‘한 달이면 끝나는 영어 마스터!’,‘책출간 보장!’과 같은 화려한 미사여구를 내밀 수는 없어요. 마음을 낚아채기 위해 비현실적인 꿈 대신, 조금은 다른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는 잔잔한 설렘을 담아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새로운 경험의 문이 열릴지 알 수는 없지만 기분 좋은 ‘가능성’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겠지요. 한 걸음씩 함께 걸어 나갈 의지와 마음을 챙겨 첫걸음, 떼어낼 준비가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