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초입: 다시 시작, 리부트

루틴 리셋

by 위혜정


‘대체 어떤 분들이 책을 쓰는 것일까?’



출판 시장의 진입장벽이 확연히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그 벽을 넘어선 분들에 대해 우러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신선계에 속한 듯한 저자님들에 대해 부러움과 궁금증이 차올랐습니다. ‘언젠가 내 이름으로 책 한 권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소망을 고이 마음에 접어 두었습니다. 어느덧 여러 권의 책에 이름을 올린 만큼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 멀리 잡히지 않던 꿈같은 일상이 통째로 품에 안긴 경이로움에 움찔하는 요즘입니다.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는 시간이 차곡히 쌓인 감격 때문이겠지요.


‘어떻게 나에게 이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을까?’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영어 필사와 글의 만남, 여러 상황과 감정이 교차했던 지난날들이 소환됩니다. 그 시절에 제 삶엔 좌절에서 헤어 나오고 싶은 ‘절실함’뿐이었어요. ‘도저히 이대로는 못 살겠다’,‘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으면 내가 변해야겠다’, ‘반드시 달라지고 싶다’ 등 강한 내적 동기가 충천하였죠.




“당신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You don’t have to change the the world, you have to change yourself.”



한 문장에 기대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해야만 했습니다. 달라진 나를 만나려면 달라진 일상이 필요합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루틴 리셋’입니다. 흔히들 힘든 삶을 극복하려면 큰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착각을 합니다. 하지만 계획이 너무 거창하여 작심삼일이 되고 만 경험들을 누구나 갖고 있을 거예요. 오히려 작은 습관이 변화의 출발이 되어줍니다. 가능한 범주 내에서 일상에 변주를 두는 것, 그 첫 번째 결심이 새벽 기상이었어요. 출산과 육아로 자신을 위한 시간이 전무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원래 새벽형 인간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아이의 시간에 깔려 온통 지친 심신으로 점철되었던 때였지요. 오롯이 나만을 위해 자신을 만나는 시간을 사수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다시, 리부트를 시도한 것이지요. 스트레칭, 운동, 독서 등 여러 소소한 루틴들이 들며 날며 결국 영어 원서 읽기와 필사가 살아남은 루틴이 되어 새벽의 잉여 시간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필사는 ‘쓰기’의 과정이라기보다는 천천히 텍스트에 머무는 ‘읽기’의 과정입니다. 읽기, 즉 독서는 ‘다독, 다상량, 다작’이라는 3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합니다. 영어 필사는 2단계에 해당하는 ‘다상량’을 자극하는 촉매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적게 읽고 많이 생각하는 다상량은 빠르게 많이 읽기보다 느리게 조금씩 읽어야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천천히 필사하며 생각하고 느끼다 보면 자연스레 읽기에서 쓰기로 전환이 가능합니다. 저 역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텍스트를 단순히 옮겨 적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각을 끄적이는 작업으로 연결되었거든요.





영어 필사는 머리를 휘젓는 문장들을 통해 모호했던 생각의 덩어리들을 정교하게 다듬어줍니다. 엉클어진 머릿속 이야기들이 어느 정도로 형태가 잡혀가고 사유의 깊이와 풍미까지 더해질 수 있어요. 꼬박 1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읽고 썼습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은연중에 쌓인 다상량과 다작의 시간이 초보자의 운(beginner’s luck)을 불러일으켜 준 셈이지요.





2021년 12월, 좋아하는 영어 텍스트들과 삶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접목된 첫 책 『아침 10분 영어 필사의 힘』의 원고가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무도 관심 없지만 나만은 살펴주어야 할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성찰, 치유, 회복, 성장의 키워드들을 정성스레 만지작거렸습니다. 서서히 마음 안으로 다가온 문장들을 질겅질겅 곱씹으며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던 일상의 사유를 활자로 입혀 갔던 시간이었습니다. 영어 필사를 징검다리 삼아 멀게만 느껴졌던 책 출간이라는 현실이 다가온 것이지요.





루틴을 바꾸니,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로가 열리게 되었어요. 기적은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고요. 그저 평범한 일상의 틈새를 꾸준하게 메꾸다 보면 어느덧 성장한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어 필사를 하든, 글쓰기를 하든 ‘절실함’으로 루틴을 ‘리셋’ 해야 합니다. 가장 익숙하고도 약한 고리를 끊어낸 곳에서 변화가 시작됩니다. 어쩌면 가장 편안하고 아쉬운 것을 포기하는 일일지도 몰라요.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자신만의 월든을 찾으라고 말했어요. 모기가 득실거리는 늪 구덩이의 월든은 전혀 멋진 곳도, 그리고 특별할 것도 없는 곳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소박하게 나를 세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임은 분명해요. 나만의 월든을 만들려면 ‘시간이 남으면 필사하고 글을 써야지.’라는 헐렁한 마음가짐을 꽉 조일 필요가 있습니다. 관성 때문인지 자투리 시간이 새로운 일상과 습관으로 쉽게 넘어오지 않더라고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주어진 24시간 중, 영어 필사와 이어지는 글쓰기를 위한 시간을 뚝 떼어내세요.‘나만의 월든’은 비장한 ‘루틴의 리셋’에서 출발합니다. 바로 그곳에서 꿈틀거리는 변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잊지 마세요!




“Most people search for one big breakthrough, but it’s the daily, small repeated actions that create lasting change(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의 큰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지속적인 변화를 만드는 것은 매일 반복되는 작은 일들이다.”



♠ 루틴 리셋: 나를 위한 월든을 짓는 초석 ♠


1. 현재 나는 변화 대한 절실함이 몇 점인가요?


2. 영어 필사를 언제, 어디서 하고 싶나요?


3. 영어 필사와 병행하고 싶은 새로운 루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e.g.> 명문장 캘리, 명문장 낭독, 단상 쓰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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