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필사 방법

단계별 과정과 준비물

by 위혜정


요즘 영어뿐만 아니라 모국어 필사의 인기도 높습니다. 그 효용성 때문이지요. <단단한 영어 공부>에서 영어 필사는 문장부호, 단어, 문법 세 가지 영역의 집중 인지를 돕는다고 합니다. 옮겨적지 않았으면 무심코 지나쳐버릴 수 있는 문장부호의 쓰임을 익힐 수 있고, 읽기만 했을 때 지나쳐버릴 개별 단어에 주목하며 연어(collocation) 및 구동사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확히 베껴 쓰다 보면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던 관사, 수일치, 분사 등의 문법 요소와 다양한 문장 구조에 노출됩니다. 필사는 문장부호, 단어, 문법을 새어나가지 않게 꼼꼼하게 걸러주는 그물망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날림 쓰기가 아니라 또박또박, 꾹꾹 눌러쓰는 정성입니다.‘눈으로 읽기→ 문장 쓰기→ 소리 내어 읽기’라는 3단계 과정을 거쳐 생각의 흔적까지 남긴다면 곱씹음과 사유까지 챙겨갈 수 있습니다. 필사를 다음과 같이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밟아가 보세요. 세 번째 항목을 중심으로 앞뒤 단계를 융통성 있게 선택하시면 됩니다. 전 단계를 온전히 통과하게 되면 텍스트의 깊은 진액을 맛볼 수 있습니다.



1. 텍스트를 눈으로 읽으며 생소한 어휘, 어려운 문장 구조, 여운이 남는 구절 등에 밑줄을 긋는다.


2. 검색과 탐색의 시간을 투입한다.


3. 맴도는 여운에 잠겨 묵독한 텍스트를 또박또박 종이에 옮겨 쓰는 아날로그적 과정을 거친다.


4. 소리 내어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끊어 읽는 성독(聲讀)을 한다. 행간의 숨은 뜻까지 읽어내려는 정성이다.


5. 새롭게 획득한 삶의 지혜, 마음에 떠오르는 질문과 생각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유롭게 사유의 샛길로 빠진다. 생각의 흔적을 글로 남기면 내 삶의 기록이 된다.


6. 한글 번역을 영어로 옮겨보며 영작 연습을 한다. 영어 실력은 덤이다. 피카소는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을 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말했다. 좋은 영어 문장들을 훔쳐내어 반복 연습하면 영어 실력은 당연히 향상된다.



“You know what’s weird? Day by day. Nothing seems to change. But pretty soon... everything’s different.”

“이상하게 있는데 뭔 줄 알아? 매일 매일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 같은데 곧 모든 것이 바뀌더라구.”

- Bill Watterson의 Calvin and Hobbes 中 -




필사도 근육입니다. 단련이 필요하죠. 축적된 시간의 힘은 바로‘매일’에서 나옵니다. 너무 쉬운 말처럼 들리시나요? 맞습니다. 어떤 일을 ‘매일’하는 것은 모두가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으니까요. 매일의 필사를 통해 종이의 여백이 꽉 채워지듯 나의 생각과 영어 실력이 채워지는 모습을 그려 보세요. 행복한 상상과 함께 영어 필사의 여정을 시작하세요!



♠ 영어 필사를 위한 준비물 ♠


‘행동유도성(Affordance)’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건이나 환경이 특정 행동을 유도한다는 심리학 용어예요. 장비빨이라는 말처럼 예쁜 문구류를 갖추면‘필사’라는 행위를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는 것이지요.


1. 필기구: 연필, 볼펜, 만년필 등 다양한 필기구 중 하나를 선택해보세요.


∘ 연필: 사각사각 지면(紙面)에 맞닿는 소리,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필감(筆感), 코 끝을 간지럽히는 흑연의 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요. 필사 도구 중 가장 원초적인 자연스러움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볼펜: 언제든 집어들 수 있는 편안한 필기구로 지면(紙面)을 타고 부드럽게 흔적을 남길 수 있는 필기감 좋은 필사용 중성펜(젤펜)을 추천합니다. 중성펜은 볼펜과 수성펜의 중간 정도의 점도를 가지고 있어요. 잉크의 점도가 너무 높으면 볼펜똥이라고 부르는 잉크 뭉침이나 잔여물이 남거든요. 번지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굴러가는 젤펜으로 굵기나 잉크 색상 등을 취향별로 선택하시면 좋아요.


∘ 만년필: 다른 필기구에 비해 가격이 높지만,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필사를 하고 싶은 분들이 선택하는 필기도구이지요. 펜촉이나 잉크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며 천천히 쓰는 과정 자체를 음미할 수 있어요.



2. 노트: 책에 직접 필사하는 것도 좋지만 필사 노트 하나를 구비하여 쭉 이어가는 것도 나만의 필사 콜렉션을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특히나 만년필로 필사를 하실 경우, 잉크의 번짐을 방지하고 부드럽게 필사할 수 있는 만년필 전용 노트를 선택하는 것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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