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든과 함께 했던 일상의 이탈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탈을 꿈꾸었을 때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일탈의 주인공 홀든이라는 청소년을 『호밀밭의 파수꾼』 에서 만나게 됩니다. 필사의 맛을 알게 해 준 책이 꿈꾸었던 일상에서의 탈출, 이탈의 세계를 열어 주기 시작했어요.
『호밀밭의 파수꾼』 은 1951년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발표한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입니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뉴욕 3일 방황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부적응아 홀든은 펜시 기숙 고등학교에서의 퇴학 통보가 부모님께 전달되기 전, 홀로 뉴욕으로 떠나 일탈의 상념들을 있는 그대로 풀어놓습니다. 유일하게 낙제를 면한 과목이 ‘국어(영어)’인 만큼 그의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1인칭 시점의 글을 만날 수 있어요.
질풍노도기의 청소년기를 통과하고 있는 홀든의 독백은 위선을 향한 반항과 저항을 가감 없이 표출하고 있습니다. 출간되자마자 ‘콜필드 신드롬’을 일으키게 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 책을 통해 샐린저는 인기몰이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물론, 셀린저의 삶을 그린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에서는 이 소설의 성공으로 주인공 홀든이 사람들의 미움을 받을까 오히려 은둔생활을 하는 셀린저의 예민한 성정을 묘사하고 있지만 말이지요.『호밀밭의 파수꾼』의 소설 속 알코올, 매춘, 폭력적 언어 등은 청소년으로 선을 넘는 비도덕적인 요소라고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미권 청소년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운율감이 느껴지는 작가의 필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 책의 제목은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의 시《Coming through the rye(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를 만나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해요. 이 시는 스코틀랜드의 전통 민요로 홀든의 꿈 ‘호밀밭의 파수꾼’과 연결됩니다. 홀든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어 합니다. 호밀밭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주는 존재 말이죠. 아이들이란 기존의 질서에 반하는 순수함을 상징해요. 방황하는 홀든과 그를 잡아주는 순수한 여동생 피비와의 대화 속에서 시어‘meet’를 ‘catch’로 잘못 이해한 홀든이 다음과 같이 말하지요.
“이 넓은 호밀밭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이 계속 떠올라. 난 벼랑 끝에 서 있고. 내가 할 일은, 벼랑에서 떨어지려는 애들을 모두 잡아 주는 거야. 그냥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해야 하나. 유일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그거야(I keep picturing all these little kids playing some game in this big field of rye and all. I’m standing on the edge of some crazy cliff. What I have to do, I have to catch everybody if they start to go over the cliff. I’d just be the cacher in they rye and all. That’s the only thing I’d really like to be).”
이 책은 한글로 번역하기 어려운 작품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한글이 영어의 묘미를 그대로 살려내지 못한다는 의미이겠지요. 원문을 먼저 읽은 후에 번역본을 들여다보았는데 정말 그렇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영어 원서를 직접 읽고 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영어를 배운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던 책이기도 해요. 영어 원문을 통해서만 건질 수 있는 홀든의 매력과 글의 정수를 필사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누구나 홀든과 같이‘일탈’을 꿈꿉니다. 그 일탈이 방황이 될 수도, 새로운 시도일 수도, 인생의 확장과 깨달음으로 연결될 수도 있어요. 매일 똑같은 어제와 오늘에서 살짝 빠져나올 때 또 다른 생기가 주입되는 경험을 해보셨을 거예요. 영어 필사와 글쓰기라는 새로운 시도가 신선한 이탈의 경험이 아닐까 싶어요. 주인공 홀든(holden)의 이름처럼 생을 붙드는 순수한 가치만큼은 치열하게 지켜내야 합니다. 적어도 내 삶에 위선자(phony)가 되지 않기 위한 당당함이라고 할까요. 익숙한 일상의 밋밋함을 찢어내는 경쾌한 변주, 영어 필사와 글쓰기가 그 시작점이 되면 좋겠어요. 생을 견인하는 힘과 에너지가 홀든의 이야기를 통해 충전되길 기대합니다. 필사할 만한 책 속의 텍스트 몇 개를 소개해드릴게요.
[day 1] 이별(Farewell)
I don’t care if it’s a sad good-bye or a bad good-bye, but when I leave a place I like to know I'm leaving it. If you don’t, you feel even worse.
좋은 이별인지 나쁜 이별인지 상관없으나 떠날 때 내가 떠난다는 사실은 알고 떠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더 비참해진다.
[day 2] 성장(Growth)
“Look, sir. Don’t worry about me,” I said. “I mean it. I’ll be all right. I'm just going through a phase rignt now. Everybody goes through phase and all, don’t they?”
있잖아요,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냥 어떤 단계를 거치는 것뿐인걸요. 누구든 이런 단계를 통과해 가지 않나요?
go through 통과하다, 거치다 phase 단계
[day 3] 좋은 책(Good books)
What really knocks me out is book that, when you’re all done reading it, you wish the author that wrote it was a terrific friend of yours and you could call him up on the phone whenever you felt like it. That doesn’t happen much, though.
정말로 나를 황홀하게 만드는 책은, 그 책을 다 읽었을 때 작가와 친한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어서 자신이 받은 느낌을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책이다. 그런 일이 흔하지 않아서 말이지만.
knock out (뿅 가게 만들어 넘어질 정도로) 깊은 인상을 주다 author 작가 terrific 멋진
[day 4] 깨진 창문 이론(Broken Windows Theory)
I started to throw it. At a car that was parked across the street. But I changed my mind. The car looked so nice and white. Then I started to throw it at a hydrant, but that looked too nice and white, too. Finally I didn’t throw it at anything. All I did was close the window and walk around the room with the snow ball, packing it harder.
눈 뭉치를 던지기 시작했다. 길 건너편에 주차된 차를 향해서. 하지만 마음을 바꾸었다. 차가 너무 좋고 깨끗해 보였다. 그러고 나서 소화전에 던지려다가 그것도 너무 좋고 깨끗해 보였다. 결국 아무 곳에도 눈을 던지지 않았다. 창문을 닫고 눈덩이를 든 채 방안을 돌아다니며 더 세게 눈을 뭉치는 게 다였다.
hydrant 소화전 pack (짐을) 싸다, 가득 채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