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결의 사람들과 만나기 위한 관문

신입생 캠프

by 위혜정
신입생 캠프가 진행됩니다. 캠프를 통해 지원한 모든 학생들의 발달적 특성과 성품을 세밀히 관찰하고 예수 제자로 키워야 할 하나님의 뜻을 잘 분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아침이면 반톡에 기도제목이 올라온다. 학교를 위한 기도, 아이들을 위한 기도, 교사를 위한 기도, 긴급한 중보 기도 등 기도문을 훑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아이 입학 후 등교 첫날, 주차장에 혼자 앉아 울컥하여 눈물이 터져 나왔다. 초연한 듯 보였지만, 외줄 타기 하듯 조바심을 안고 여러 절차를 통과해 낸 안도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 탄탄하게 쌓여있는 기도의 제단에 몸 둘 바를 몰라서였다. 밀려오는 감격이 뜨거움으로 흘렀다. 아, 내 아이가 매일 이렇게 기도 세례를 받으며 등교를 하게 되는구나.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일상의 기도 샤워가 바로 지난한 선발 과정 끝에 놓인 선물이었구나.


벌써 신입생 선발의 시기가 왔다. 작년 이맘때는 몰랐다. 학교의 신편입생 선발의 모든 과정이 학부모들의 기도 제단 위에 올려졌다는 것을. 신편입생 입시 설명회, 신편입생 원서 마감일, 신편입생 1차 캠프 진행, 신편입생과 학부모 면접 등 단순히 개별 가정이 직선으로 늘어서 있는 러버콘(rubber cone)을 하나씩 지나가는 선형적인 스케줄이 아니었다. 공동체의 동역이라는 입체적인 틀 안에서 조망된, 보다 복합적인 과정이었다. 지원자들도, 합격자들도, 탈락자들도, 면접관들도 모두 큰 그림 안에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정하고 점검하고 배우고 성장한다. 경쟁률이라는 것이 있기에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갖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어찌하여 합격이라는 통보를 받았는지 모를 우리 가정으로서는 그저 감사다.




작년 9월쯤 신편입생 입학 설명회에 참여했다. 직접 학교를 방문하여 학교의 이념 및 철학, 교육과정을 들으며 전체 분위기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기독 대안 학교 설명회를 여기저기 다녀봤지만, 이 학교만의 가치가 눈에 띄었다. 학생 주도형 교육 활동 참여. 어른인 교사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 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즉, 빠르고 쉽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더디고 수고스러운 길을 택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직접 현장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려는 학교 측의 세심하고 따뜻한 배려였다.


학교 설명회가 종료된 후, 학교 시설 안내와 소개를 위해 고학년 아이들이 등장했다. 열명 남짓으로 편성된 조에 2인 1조로 투입된 재학생들은 예비 학부모와 예비 입학생들을 인솔하며 자신들이 교육받고 있는 익숙한 학교 현장 곳곳을 안내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어른들과 다른 어설픔이 있었지만, 토요일 오전에 낯선 사람들 앞에서 학교 소개라는 중대 과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여했을까. 층별 교실, 실내 체육관, 도서관, 풋살장, 자연 학습장 등 일반 학교 규모의 시설을 갖춘 교내외 구석구석을 잘 보여주기 위해 효율적인 동선을 짜고, 학교가 초행인 분들을 안내하며 천천히 공간을 이동하고, 각 지점에서 멈춰 서서 시설별 의미와 용도를 설명하는 대본을 적으며, 프로그램의 진행 시작과 끝을 매끄럽게 들어가고 마무리하기 위한 각본을 짜는 노력. 그리고 그 끝에 닿은 설명회 날, 아이들은 실제적이고 생동감 있는 현장 경험을 가져가고 있었다. 살아있는 교육이다. 이를 지도하는 교사들은 아이들을 세워주기 위해 진행 과정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노고를 거쳤으리라. 학생과 교사 모두가 함께 애쓰는 교육, 마음이 끌렸다.


신편입생 설명회가 끝나고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원서 접수를 할 때 첨부해야 할 서류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입학원서, 등록 교인증, 목사님 추천서, 부모 각각의 소개 및 간증서 등이다.

원서 접수 일정이 마감되면 곧이어 교내 학생 캠프가 이어진다. 예비 입학생들끼리 일정 시간 함께 활동을 하며 지내는 모습을 관찰하는 시간이다. 간단한 학력 테스트, 사회성 및 인품 테스트 등 시험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포맷 속에서 아이들은 그룹 안에서 즐겁게 논다. 캠프가 끝나고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 발그레한 얼굴로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 학교 오고 싶어요." 했던 아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네가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속으로 대답하며 마지막 면접을 기다렸다.

면접은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앞에서 진행된다. 정해진 시간 안에 면접실 앞에 대기를 했다가 처음에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들어간다. 아이의 불안감을 낮추기 위한 배려다. 부모와 함께 아이 면접을 먼저 진행한 후, 아이는 편안해진 상태에서 옆 반에 대기하고 계신 선생님과 놀이를 하도록 한다. 계속해서 부모 면접이 이어지고 학교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도 주어진다. 정해진 시간 내에 질문에 대해서도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시는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시간을 거쳐 온 현재는 이제 떨림이 아니라 '누림'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그들과 함께 더 성장하기 위해서 공동체로 묶였다. 인생길에 나와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복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복은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의 만남과 교제다. 내가 더 단단하게 설 수 있어서다. 그 인연 안에서 각자가 아닌 우리, 개인이 아닌 공동체, 경쟁이 아닌 이해와 협력의 가치가 피어난다. 학교가 내세우는 공동체의 가치, 그리고 학교를 통해 교육되는 기독교 세계관은 아이의 것만이 아니다. 부모의 것이고 또 나의 것이다. 아이를 통해 배우고 아이 덕분에 배운다. 여러 관문을 통과하며 얻게 된 값진 이 트로피에 감사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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