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마카오

계획에 없던 짧은 여행

by 위혜정

갑작스러운 홍콩 여행은 미리 계획되지 않은, 타협에 가까운 일정이었다. 겨울 방학, 남편의 자영업으로 가족에게 허락된 짧은 기간은 구정 연휴밖에 없다. 일정 상으로, 금전적으로 큰 난제이지만 일상 탈출에 무게를 더 싣기로 했다. '최대한 비행시간을 줄이고, 가족 여행으로 함께 가보지 않았으면서도 춥지 않고 치안이 양호한'의 조건 필터를 통과한 곳은 바로 홍콩이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여행이다.




주변 반응은 '오잉? 아이 데리고 동남아를 가지 웬 홍콩?'이 많다. 맞다, 따뜻한 휴양지에서 푹 쉴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지만 이미 가봤기에 이번에는 선택지에서 지우기로 했다. 아이와의 유럽 배낭여행 가능성을 타진해 볼 겸 새로운 경험의 전환점에 우선순위를 둔다. 그런데, 출발 전 마음가짐이 첫 번째와 어쩌면 이리도 닮았는지. 20대에 회사 출장으로 단순히 '비즈니스, 끝'이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국내 탈출용 콧바람, 끝'인 듯하다. 비행기값이 최대로 치솟는 구정 연휴라는 미친 일정에 출국 직전까지 바쁜 일정들로 제대로 된 계획 없이 떠나다니. 과연 '이 여행은 순항할 것인가?' 의문을 안고 출발!




홍콩까지 국적기의 비행시간은 오전과 저녁 2회에 걸쳐있는데, 남편이 조퇴하는 일정이라 어쩔 수 없이 저녁 비행기다. 밤늦은 호텔 체크인까지 첫날부터 피곤을 이고 지고 시작한 첫 번째 행선지는 디즈니랜드! 힘들었지만 조기입장은 신의 한 수였다. 9시부터 입장해서 겨울왕국, 스타워즈, 아이언맨 익스피리언스, 앤트맨과 와스프 나노배틀, 빅그리즐리 마운틴(거꾸로 열차), 미스틱 매너까지 인기 있는 탈것들은 바로, 혹은 30분 안에 해결했다.



둘째 날은 홍콩섬의 미드레벨 에스칼레이터를 시작으로 소호거리를 비롯하여 이곳저곳을 발바닥 닳도록 돌아다녔다. 간간이 한국어가 들렸지만, 한국인보다는 중국 관광객이 훨씬 많아 보였다. 빅토리아 피크까지 트램을 타보려고 갔다가 수많은 인파에 기겁하고 그냥 돌아왔다. 홍콩은 MTR이 잘 되어있어서 옥토퍼스 카드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좋다(마지막날 카드와 카드 잔액을 모두 전철역에서 환불받으면 된다). 우버 택시 역시 미터기로 계산된 등록차량이라 픽업 포인트만 확인하면 안전하고 편리하다.


셋째 날은 마카오로 고고! 페리를 타고 국경을 건너듯 여권을 심사하는 진풍경이 기다린다. 마카오 파타카(MOP)가 공식 화폐이지만 홍콩 달러가 통용되기에 따로 환전은 하지 않고 트래블 월렛으로 모든 결제를 했다. 개인적으로 홍콩 보다는 마카오가 훨씬 매력적이었다. 세나도 광장에서 시작하여 성바오로성당과 육포 거리, 도시 구석구석의 정취들이 이색적이다. 따뜻한 에그 타르트의 맛은 최고다. 페리 선착장에서부터 마카오 도심까지 택시비 하나 들이지 않고 호텔들에서 제공하는 셔틀을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대륙의 스케일이 신세계였다.



넷째 날은 구룡섬 심사추이 구경이다. 하필이면 춘절이라 가려고 했던 홍콩 영화전시회, 대형 서점, 마사지 숍 등이 모두 문을 닫았다. 계획하지 않은 여행의 낭패다. 겨우 찾아간 마사지 숍에서 하루 만보 이상을 걸어 쌓였던 수일간의 피로를 풀고 저녁 춘절 퍼레이드를 잠깐이나마 구경할 수 있었다.


* 홍콩 여행에 대한 총평: 비싼 여행 경비 대비 가족 여행으로서의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역사 유적지, 자연, 휴양 등과는 거리가 멀어서 앞으로의 여행 방향을 정하는 데 참고가 될 좋은 경험이었던 것은 맞다. 아이가 하루 종일 걸어 다닐 만한 체력이 있다는 걸 확인했고 부모가 체력을 보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다만, 아이를 데리고 또다시 홍콩에 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물론 아이는 좋아했다).


* 마카오 여행: 홍콩 대신 마카오에 직항으로 가서 며칠 머무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물가가 싼 것은 아니지만 홍콩 보다는 살짝 저렴하면서도 가족 휴양의 분위기가 더해질 수 있는 여행지는 아무래도 홍콩보다는 마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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