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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웬디 May 04. 2024

그래서 실패한 후에는 어떻게 살게 되냐고?

과도한 욕심을 부리다가 투자에 실패한 후

매월 수백만 원의 대출 이자와 다가오는 잔금 일정, 대출 상환의 압박을 어찌어찌 막아내고 치워내며 살고 있습니다.


저희 부부 수입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규모인데, 어떻게 가능한지 저도 신기합니다.


저희 신랑이 장기라도 내다 판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예요.

그만큼 자존심 모두 내려놓고 묵묵히 참아내며 살겠지요.. 

이 고마운 걸 어찌 갚누, 했더니 더 이상 사고만 치지 말라네요.


저희 경제 사정을 들은 분들은 모두 염려 가득한 목소리로 

"그래, 지금 어떻게 살고 있어?"

하고 물으십니다.


진짜 궁금하신 것 같기도 해요. 지금 제 모습이 그렇게 다 죽어가는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이니까요.


운동하고, 책 읽으면서 살아요 :)


싱긋 웃으면서 대답하는 저를 보시고

다들 긴장을 내려놓는 표정으로 "다행이다" 하십니다.


특히 제가 예전부터 마음앓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은 웃으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요.




40대 이후에 실패를 하면 성공한 인생으로 살기 어렵다는 독설이 야속하면서도 수긍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까지의 내가 만들어 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요.


40년 넘는 시간의 결과가 지금인데

이를 뒤집어서 성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40년 이상의 시간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들여야 하니까요.


재작년 여름쯤 '어? 이게 아닌데?' 하는 느낌이 온 후로 제가 실패를 인정하는 데에만 1년 이상,

이 삶에 적응하는 데에만 또 1년 이상이 걸렸어요.


하강곡선을 그리던 삶이 상승곡선을 그리기 위해서는

실패로 이끌었던 생각들의 방향을 반대로 바꾸는 생각의 피봇이 필요했습니다.


농구에서 방향을 바꾸는 피봇을 하는 것처럼 생각 피봇이 필요합니다


진흙 구덩이에서 갓 빠져나와서 온몸에 잔뜩 무거운 흙을 묻힌 사람에게

"너는 왜 다른 사람들처럼 날지 못하니?"라고 말할 사람은 없겠지요.


그런데 2년간 저 자신이 제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어요.


얼른 일어나서 다른 사람들처럼 걸으라고.

나는 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니까 빨리 날자고.


온몸에는 진흙을 잔뜩 묻힌 그대로, 

지난 잘못을 제대로 정리하고 멘탈도 단단해지기 전에요.

당연히 걷거나 날기는커녕 더 넘어지기만 했지요.


뭐라도 돈 되는 일 해보겠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아주 작은 어려움만 생겨나도 실패의 기시감이 쏟아지는 것 같았어요.  자신감을 점점 더 잃어갔지요. 


나의 가치는 내가 버는 돈의 액수나 내가 이루어낸 결과로 증명하는 게 아닌데.


내가 버는 돈만큼의 가치만 있는 사람, 잔뜩 잃기만 한 사람이 뭘 제대로 하겠냐는 생각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어요.


오히려 저를 일으킨 것은 '결과는 알 수 없으니 그냥 뭐라도 하자. 하다 보면 보이겠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성공을 원하는 뜨거운 마음보다, 그저 계속하다 보면 나아질 거라는 부드러운 마음이 사람을 일으키더라고요. 



'이렇게는 살지 못하겠다'라고 생각하면 살지 못합니다.


'이렇게라도 사는 거지. 내 새끼들 입에 밥 넣어줄 수 있으면 됐지.'라고 생각하면 살 수 있습니다.


플랭크 2분을 또 해냈다고 자랑을 하니 저희 딸내미가,"엄마는 사막에 떨어져도 전갈 잡아서 구워 먹고 살 사람"이라면서 엄지를 치켜듭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도 깔깔거리고 웃을 마음의 여유는 충분히 가질 수 있습니다.


다 살게 되어 있습니다.살 수 있다는 생각이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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