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직까지 안 갔더라
누군가는 다낭을 '대한민국 다낭시'라고 할 정도로 최근 다낭은 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다. 특히 최근 일본 불매 운동 때문에 짧은 휴가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다낭을 많이 찾는다고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가항공 포함해서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 하루에 무려 30편 넘게 있고 비행시간 길지 않고, 물가 싸고, 이국적이고! 여행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하지만 베트남에 살고 있는 나는 얼마 전에야 처음 다낭에 다녀왔다. 내 주변에서도 다낭 안 다녀온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는데 마침 부모님이 베트남에 방문하신다고 해서 다낭/호이안 여행을 계획한 것. 젊은 사람들은 '남들 안 가는' 여행지를 선호한다지만 부모님들을 위해서는 남들 다 아는 랜드마크 한 번 가줘야 한다.
딸이 베트남 산다는데, 바나힐 손 다리랑 호이안 등불 배경으로 프로필 사진 하나 남겨줘야지!
역시 한국인들이 많이 다니는 여행지답게 여행 정보는 온라인에 넘쳐나고 투어나 렌터카 예약도 수월했다. (카톡만 있으면 다됨) 이래서 인기 많은 여행지를 다니는가 싶다.
부모님은 우리 아파트에서 2박, 호이안에서 우리 부부와 2박(마지막 날은 밤 비행기라 하루 꽉 채워서 여행)하는 일정으로 베트남 여행 계획을 세웠다. 같이 호치민 국내 공항에서 다낭 가는 비행기를 타고 호이안 숙소에 도착하니 이미 오후 시간. 지연으로 악명 높은 비엣젯을 타고 싶지 않았지만 워낙 저렴한 가격이라 그 유혹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성공적이었던 호이안 숙소 선택
호이안에 도착하자마자 리조트에 체크인했는데 고심해서 고른 만큼 매우 만족스러웠다. 리조트 자체가 크지 않아서 아주 붐비는 느낌도 없었고, 자연친화적인 조경에 아늑한 느낌까지.
또 인도차이나 양식의 건물과 나무, 푸른 하늘빛이 쨍하게 어우러져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 가족은 복층 방에 머물렀는데 방 2개 잡는 것보다 저렴하면서 위층에도 화장실이 있어서 방 쓰는 건 정말 편했다. 직원들도 친절하고 조식도 한국인 입맛에 딱이었다. 역시 평가가 좋은 곳에는 다 이유가 있다.
호이안의 노을은 안방 비치에서
호이안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시간이라 우리는 바로 안방 비치에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마침 노을이 지는 시간이라 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우리가 간 식당은 양식과 베트남식 요리를 다 갖추고 있어서 음식을 주문하기가 편했다. 이 날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으니 제대로 먹어보자 하고 잔뜩 주문. 다시 사진을 보니 새우가 유독 많아 보인다.... 다행인 건 부모님이 베트남 음식을 좋아하셔서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다. 가벼운(?) 쌀밥과 채소,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갈릭 새우에 타이거 맥주 한 잔 곁들이니 우리 가족 모두 만족하는 저녁식사 완료!
하지만 이 날 저녁을 너무 일찍 먹어서... 우리는 무려 호이안에서 야식 배달을 시켜먹었다. 한국인들이 많이 여행 오는 곳답게 카카오톡으로 주문받는 곳이 있었다는 점! 맥주 얼음 백에 넣어 오는 것보고 감탄했다. 정말 최고다.
색감이 아름다운 호이안 올드타운
숙소를 호이안에 잡은 덕분에 우리는 호이안 올드타운의 다양한 모습을 둘러볼 수 있었다. 더운 시즌에 오면 호이안이 밤에도 더워서 고생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다행히 우리가 갔을 때는 저녁에 걸어 다닐 만한 날씨였다.
첫날 저녁 먹고서 이 곳에 오니 투본강이 온통 등불로 물들어 있었다. 호이안 여행 검색하면 가장 나오는 소원 배! 이걸 눈으로 보니 꼭 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우리는 지나가던 빈 배를 세워서 편하게 탑승. 인원수만큼 촛불을 줬는데 별거 아니지만 마음속으로 내 소원을 빌고 강물에 떠내려 보냈다. (그런데 이 촛불은 누가 수거하지 않고 그냥 쓰레기가 되는 건가 싶어서 마음이 조금 불편)
유명한 코코넛 배도 탔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못 타려나 싶었는데 그곳에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배를 탈 수 있었다. 날이 흐려서 노을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천천히 배를 타고 돌아보는 재미는 있었던 것으로! (하지만 비가 온 직후라 모기에 엄청나게 뜯겼음)
우리는 마지막 날 오전에도 호이안 올드타운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엄마가 이 곳을 정말 좋아했다. 아기자기한 가게도 많고, 아침이라 조용하기도 하고. 우리가 들른 곳은 청각장애인 분들이 운영하는 찻집이었는데, 엄마는 그곳에 있는 소품에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직원 분들과 필담으로 가격을 묻고 물건을 구매하는 경험이 너무나 신선했다는 점.
다낭에 왔으면 바나힐은 들러야지
우리가 가장 기대한 곳 중 하나는 바나힐이었다. 다낭 여행의 핵심이기도 하고 워낙 많은 얘기를 들어서 엄청나게 기대했는데 그 규모와 명성만큼 사람도 엄청나게 많았다. 아침부터 서둘러 갔는데도 유명한 골든브릿지는 사람으로 꽉 차서 사진 한 장 남기기 쉽지 않음.
뭐, 별 수 없다. 유명한 곳이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우리 가족은 빠르고 정확하게 사진을 남기고 서둘러 바나힐을 구경했다. 찾아보니 날씨가 좋은 것만으로도 운이 좋은 거라고. 사람이 많았지만 루지도 재밌고, 예쁘게 꾸며놓은 바나힐 내부도 볼만했다. (밥은 맛이 없....) 워낙 넓어서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반나절 거의 다 지남.
호치민 사람 눈에 너무나 깔끔하고 예뻤던 도시, 다낭
우리 가족은 마지막 날 하루를 다낭에서 보냈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그냥 우리나라 지방에 바다 있는 도시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는데 번잡한 호치민에 살다 온 우리 부부의 눈에는 깔끔한 신도시처럼 보였다. 길도 쭉 뻗어있고 오토바이 별로 없고 건물도 새 거고! 미케 비치 쪽 달릴 때는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시내 규모도 크지 않아서 소소하게 돌아다니기에 딱 좋았다. 관광하러 왔다면 다낭 시내에서는 정말 딱 하루면 볼 거 다 볼 수 있을 정도. 식사시간에는 맛있는 거 먹고, 더우면 마사지받거나 커피 한 잔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낭에서 한 달쯤 여유 있게 살면 참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내가 살던 호치민보다는 전반적으로 반 박자에서 한 박자 정도 느린 느낌.
나중에 알아보니 다낭/호이안은 겨울 (12월에서 2월 사이)에는 긴 옷 입어야 할 정도로 춥고, 여름에는 무지막지하게 덥다고 한다. 비가 많이 올 때 호이안은 잠기기도 한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사실 호치민은 건기/우기만 있고 연중 날씨가 일정한 편이라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12월에서 2월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서 여행하기 가장 좋은 날이기도 하고.
베트남은 길게 뻗어있어서 지역에 따라 문화, 기후, 풍습, 음식, 사람들 성격까지 다 다르다는 걸 글로 배워서는 알고 있었는데, 호치민 산 지 일 년 만에 다낭에 와서야 체감했다.
부모님과의 자유여행, 다낭이라면 괜찮아
해외 생활하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겠지만 사는 곳으로 가족이 여행을 온다면 반가우면서 좋은 마음 반, 일정을 즐겁게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반 정도다.
다행히 우리 가족은 이번에 다낭/호이안에서 보낸 2박 3일로 매우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부모님 두 분을 모시고 해외 자유여행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소소하게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 좋았다. 알록달록 이국적인 색감에 적당히 색다르면서도 또 너무 거리감 느껴지지 않는 음식들. 또 부모님은 이 곳에서 진정한 '자유'여행을 경험했다. 쇼핑할 때 직접 흥정해보기, 음식 주문해보기, 자전거 타고 동네 돌기, 자유시간 갖기 등!
국내에서는 두 분 모두 엄청난 자유여행 애호가인데 해외에서는 언어의 장벽과 익숙하지 않은 교통으로 조금 두려움을 갖고 있는 상태였다. (특히 호치민은 워낙 복잡해서 더 그렇다.) 그래서 해외여행은 패키지로만 다녔던 부모님이지만 여기에서는 조금씩 걸어 다닐만하고, 주변에 워낙 한국 사람들이 많아서 귀만 쫑긋 세우면 어디가 인기 있는지도 금방 알 수 있다. 해외 자유여행 초심자라면 여기에서 먼저 시작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다낭/호이안이 가족여행의 성지가 된 데에는 역시 다 이유가 있었다. 덕분에 우리 가족도 베트남에서 잊지 못할 추억 하나 또 남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