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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부른곰 Feb 16. 2020

1-2. 일정 짜기

런던, 파리 찍고 베른, 인터라켄 돌아 베니스, 피렌체, 로마로

2020년 1월 말에 런던으로 들어가서, 2월 말에 로마로 나오는 여행 일정이다. 아이들의 첫 유럽이라 기본 코스로 정했다. 시기를 고려하면, 로마 인 런던 아웃이 더 따뜻하게 다녀올 수 있는 루트지만, 로마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로마에서 한국으로 떠나기로 했다. 


런던


런던은 처음에 계획에 없었다. 다른 일정을 빼게 되어서 런던을 넣었다. 비행기로 늦게 들어가고, 기차로 아침 일찍 나가는, 5박 4일 같은 5박 6일 일정으로 런던을 들릴 계획이다. 런던 간 김에, 손흥민 선수 축구가 보고 싶어 토트넘 일정을 뒤졌더니 우리 가는 날에는 경기가 없다. 만화책 좋아하는 둘째 아들은 모든 지식을 만화에서 얻는다. 만화책으로 축구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둘째가, 아무 EPL 경기나 보고 가자고 성화다. 그렇지만 그건 거절했다. K리그도 안 보는데, 비싼 돈 주고 첼시나 아스날 경기 보러 갈 수는 없다. 리버풀 경기라면 보고 싶기도 했지만, 짧은 런던 일정 중에 무리해서 리버풀까지 갔다가 오는 것은 힘들다. 내년에 K리그 시즌권을 끊는 것이 더 재미있고 저렴할 것이다. 아이들과 영국 축구 이야기를 하다가 졸지에 2020년에는 한국 축구를 많이 보러 가기로 결정해 버렸다. 이런 나비효과는 당황스럽지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대영박물관은 가보고 싶었다. 런던아이를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하니 보여주고 싶고, 뮤지컬도 한 편 보고 싶다. 박물관 투어 하루, 내셔널 갤러리 하루, 중간에 위키드나 라이언킹 뮤지컬을 볼 생각이다. 시간 되면 자연사 박물관도 둘러볼 계획이다. 우리는 굉장히 여유롭게 일정을 짠다. 하루에 봐야 할 것들 한 두 개 넣고, 그 외의 시간은 산책을 하거나 눈에 보이는 것들을 찾아간다. 나름의 소소한 모험이다. 가끔 대박 구경거리를 보기도 하고, 가끔은 고생 고생하기도 하지만 크게 실망했던 적은 없다. 숙소는 트파팔가 광장 옆의 호텔로 정했다. 호텔이라지만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숙소는 나중에 후기 형태로 한 번 정리하겠다.


파리


런던 다음 여행지는 파리다. 미리 유로스타 기차표를 예매했다. 프랑스 철도가 파업이라 예약을 해두는 것이 편할 것 같다. 유로스타는 다행히도 파업에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하다. 기차는 영국 킹스로드 역에서 출발해 도버해협 터널을 지나 파리 북역에 도착한다. 파리 북역의 치안이 안 좋은 걸로 유명하다. 눈뜨고 코 베어간다고 한다. 조심해야겠다. 기차는 얼리버드로 예약하면 훨씬 저렴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아니다 보니 정가 주고 샀다. 기차표 예약은 유로스타 홈페이지에서 했다. 한국의 대행사를 통하면 더 쉽다고 한다. 한국 대행사에서 예매를 안 해봐서 더 쉬운 지는 모르겠지만, 유로스타 홈페이지에서의 예매도 어렵지 않다.

 

유로스타 홈페이지 : https://www.eurostar.com/


파리 숙소는 지난달에 15 지구 에어비앤비로 잡았다. 에어비앤비 숙소는 늘 잡을 때마다 걱정스럽다. 방은 사진처럼 괜찮을는지, 청소 상태는 어떨는지. 아무래도 개인이 숙소를 관리하니까 방 상태가 좋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사이에 복불복의 운대가 존재한다. 에어비앤비 예약은 늘 기도하는 심정으로 고르게 된다. 그러고 보니 담당 호스트가 아직껏 아무런 말이 없다. 평점 좋은 슈퍼 호스트라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보통은 여행 전에 메일 하나 보내서 어떻게 만날 지, 교통은 어떤 지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이번 호스트는 아무 말이 없다. 내일 메일 보내 봐야겠다. 인터넷 후기를 보면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이중 예약을 해서 여행객의 여행을 망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번 여행에서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혹시 하는 마음에 한번 더 꼼꼼하게 봐야겠다.


파리에는 보고 싶은 것이 몇 있다. 베르사유 궁전, 르부르박물관, 오세르미술관, 몽셀미셀을 보고 싶다. 일정을 짜면서 몽셀미셀을 가기 위해 렌트를 해야 할지 말지에 대해 많이 망설였는데, 훗날 프랑스 남부 지방을 여행할 일이 생기면 서부에서 남부까지 차를 빌려 달리는 걸로 하고 이번에는 가이드 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번 파리 여행은 가이드 투어를 많이 이용할 계획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믿는데, 내가 잘 모르다 보니 프랑스에는 뵈는 것이 별로 없다. 그럴 때는 아는 사람 불러서 같이 다니는 것이 맞다. 


파리가 명품의 도시이기는 하지만, 아내가 쇼핑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특별히 백화점 같은 곳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먹을 것을 좋아해서 프랑스 정찬을 먹어 보고 싶어 한다. 아직 여행을 떠나지도 않았는데, 아내는 벌써부터 여행 갔다 와서 다이어트를 할 의지가 매우 강하다. 얼마나 많이 먹고 오려고 벌써부터 다이어트를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갔다 와서 빼는 것보다, 차라리 여행 가서 안 먹을 생각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입 밖으로 그런 생각을 꺼내지는 않았다. 그게 더 현명하다.



베른


베른에서 3일 있을 예정인데 본래는 영국 일정 4일과 베른 3일 일정이 없었다. 파리 여행 끝나고, 7일간 프랑스와 독일을 도는 자동차 여행을 넣었었다. 이게 여러 가지 이유로 뜻대로 안돼 그냥 영국과 베른으로 나눴다. 파리에서 베른 가는 길이 쉽지 않다. 프랑스 열차가 파업 중이다. 2020년 1월 1일 프랑스 대통령 신년사를 봤더니, 더 강경하게 노조에 대응한다고 한다. 노조도 연금문제 때문에 파업을 풀지 않겠다고 했다. 기차표 예매하려고 했다가, 졸지에 프랑스 경제와 사회문제에 대해 공부하게 된다. 좋은 징조일까? 하여간 쉽게 파업이 풀릴 것 같지 않다.


베른까지의 직행은 포기하고, 파리에서 베셀로 tgv를 타고 이동하고, 그곳에서 스위스 패스를 사용해서 베른으로 가는 경로를 택했다. 파업 때문에 혹시 싶은 마음이 들어, 이번 열차도 예매해 두었다. 예약은 tgv 공식 앱에서 했다. 사이트보다 앱이 훨씬 편하다. 사이트는 가끔 오류를 일으키며 결제 완료 직전에 먹통이 여러 번 되었다. 욕할 뻔했다. 앱은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


베른은 하루 정도 둘러볼 생각이다. 마지막 날 하루는 시간을 내서 몽트뢰에 갔다 올 생각이다. 우리 가족은 작년에 영화 보헤미안 렙소디를 보고 퀸 음악에 빠져 살았다. 초 3  막내가 보헤미안 렙소디의 "마마, 저스트 킬드어맨"이럴때는 조금 섬뜩했지만 어리더라도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익숙해 지기로 했다. 프레드 머큐리가 사랑했던 몽틔뢰는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관광지가 될 것이다. 


스위스 숙소는 유스호스텔로 골랐다. 오래전에 스위스 유스 호스텔에서 자 본 적이 있는데 어지간한 나라 별 서너 개 호텔은 뺨 때릴 정도로 깔끔했다. 그때 기억이 좋아 스위스의 모든 숙소는 유스호스텔로 골랐다. 유스호스텔로 숙소를 잡은 것은 스위스 호텔이 비싼 것도 이유다. 이 나라는 모든 게 비싼 나라다. 유스호스텔은 음식을 해 먹기에도 좋다. 



인터라켄


스위스 내에서는 스위스 패스를 사용할 생각이다. 스위스 패스는 정액 스위스 이용권을 뜻한다. 스위스패스만 있으면 기차, 버스, 박물관, 유람선, 미술관 같은 것이 어지간한 공공서비스가 무료다. 스위스 패스 가격 안에 다 포함되어 있다. 물론 스위스 패스 가격은 어마 어마하게 비싸다. 조삼모사 같지만, 그보다는 훨씬 이로운 계약이다. 여러 가지 패스가 있지만, 아이들 둘 있는 경우라면 스위스 패스 이용은 필수에 가깝다. 베른에서 인터라켄까지는 스위스 패스로 이용할 계획이다. 열차 시간은 sbs 스위스 기차 앱을 이용할 생각이다. 정말 잘 만든 기차 앱이다. 이것도 스위스 여행자에겐 필수다. 구글플레이나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


인터라켄을 베이스 캠프로 잡은 것은 근처 도시를 다닐 수 있기 편리해서다. 스위스에 몇 군데 가고 싶은 도시들이 있는데 인터라켄에 숙소를 잡으면 이동이 편리하다. 큰 아들의 가장 큰 바람이 스위스에서 스키 타는 것인데, 인터라켄이 다른 곳에 비해 괜찮다. 체르마트에서 스키 타려고 호텔 가격을 봤더니, 하룻밤에 숙박비만 100만 원에 가깝더라. 차라리 한국에서 시즌권을 끊겠다. 체르마트는 인터라켄에서 관광 삼아 하루 다녀올 생각이다. 루체른도 하루 돌아볼 계획이다. 루체른은 나도 가 보지 못해서, 빈사의 사자상을 보고 싶다. 베르사유 궁전을 다녀온 직후라, 사자의 아픔이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인터라켄에서도 유스호스텔을 골랐다. 방이 없어서 7일간 연속해서 한 호스텔에 머무를 수 없었다. 결국 3일, 4일로 나누어서 두 곳으로 묵기로 했다. 두 곳 모두 한국인 여행자에게 유명한 곳이고, 두 번째 묵는 숙소인 백배커스 유스호스텔은 한국인 여행객이 많아 대명리조트 백베커스라고 불린단다. 얼마나 한국 사람이 많길래 밤마다 삼겹살 구워 먹는 냄새가 진동한다고 할까? 호기심이 생긴다. 아내도 삼겹살을 꼭 먹어 보자고 한다. 스위스에서 삼겹살이라니 너무 신난다고 한다. 나는 굳이 스위스에서 삼겹살을? 이런 마음이라 아내의 말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융프라우에서 먹는 사발면 같은 느낌과 비슷하겠지만, 그게 그렇게 손뼉 치며 좋아할 일일까 싶다.

인터라켄의 숙소 두 곳 모두 4인 가족룸으로 방을 골랐다. 가족룸은 화장실이 따로 있다. 우리 가족은 화장실에 앉아 있는 시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름지기 밥똥잠은 편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베니스


인터라켄에서 베니스로 이동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중간에 밀라노를 넣을까 했지만, 개인적인 기억으로 밀라노에서 그리 감흥이 없었기에 이번 일정에는 빼기로 했다. 그래서 인터라켄에서 베니스까지 기차로 종일 이동해야 한다. 이동시간만 6시간이 넘는다. 스위스 패스로 이동해서 이탈리아 기차가 오는 곳까지 가고, 그곳에서 이탈리아 기차를 타고 베니스까지 가기로 했다. 아직 정확하게 어디서 갈아탈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할 생각이다. 


베니스는 굳이 본섬에 들어가서 잘 필요가 없다는 생각 한다. 본섬은 비싸기만 하고, 숙소의 퀄리티가 별로다. 아침에 눈을 떠서 베니스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데, 어차피 우리 가족 그 시간에 못 일어난다. 저녁에 술 먹고 들어가서 잠을 자기 좋다는 것도 장점인데, 굳이 복잡한 베니스에서 술 먹을 필요 없다. 그런 장점들은 본섬 바깥의 더 좋은 숙소에서 편하고 저렴하게 자는 것으로 퉁칠 생각이다. 어차피 기차 타고 가면 본섬까지 10분 내외이고, 기차는 아주 늦은 시간까지 자주 운행한다. 


베니스 관광은 하루로 잡았다. 첫날 6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왔으니 쉬고, 둘째 날은 온전히 베니스를 둘러볼 생각이다. 수상 버스 타고 부라노나 우라노 둘 중 한 곳은 들어갈 생각이다. 곤돌라는 탈 생각 없다. 아이들이 타고 싶다고 하면, 너희 돈 쓰라고 할 생각이다. 돈 없다고 하면, 고리대금으로 빌려줄 생각이다. 자본주의의 무서움을 한 때 세계의 무역을 지배했던 베니스에서 알려주마. 돈 안 갚으면 살을 발라버리는 무시무시한 셰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 이야기도 덧붙여야겠다. 좋아할까?


피렌체


다음 일정은 피렌체이다. 피렌체까지도 기차로 이동할 것이다. 이탈리아 기차 시스템에 불만 있는 분들도 많지만 그래도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이동수단이다. 피렌체에서 3박을 하기로 했다. 첫날 조금 일찍 도착하게 된다면 미켈란젤로 언덕에 오를 계획이다. 야경이 멋지다. 가는 길에 소설 향수에 나왔던 다리에 들러 사진 한 장 찍으면 좋겠다. 둘째 날은 온전히 피렌체를 둘러볼 생각이다. 하루면 볼거리를 대강 다 볼 수 있다. 우피치 미술관과 두오모에 갔다가 오면 핵심은 끝난다. 종각에 오르는 것도 좋지만, 예전에 종각 계단 오르다가 폐쇄공포를 느껴 본 적이 있어서 이번에 나는 안 올라갈 생각이다. 어찌나 계단이 좁고, 사람들은 붙어 다니는지. 숨이 다 막혔다. 앞서도 적었지만 아내가 쇼핑에 큰 관심은 없어 피렌체의 유명한 가죽 시장에 들르지는 않을 계획이다. 그렇지만 티본스테이크 맛집은 검색에 들어갔다. 피렌체의 티본스테이크는 가성비가 진짜 훌륭하다. 아이들도 좋아할 것이다. 


피렌체에서 3박을 잡은 이유는 하루 시간을 내서 피사나 친퀘테레에 갔다 오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실 피사는 사탑 하나 유명하고 볼 것 없는 도시다. CNN이 꼽은 가장 실망하는 관광지 전 세계 8위의 영광을 차지한 곳이다. 이건 그때 가서 아이들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겠다. 피사에 안 가게 된다면 차를 렌트해서 친퀘테레에 다녀올 생각도 있다.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면 두 곳 모두 다녀올 수 있는데, 이건 고민해 봐야겠다. 투어 가격이 조금 세다. 이쯤 해서 하루 정도 쉬면서 여행의 마무리를 하는 것도 괜찮고, 피렌체를 하루 더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로마


마지막 일정이다. 로마는 조금 안다. 고대 로마 역사를 좋아하다 보니 관련된 책 수십 권 정도를 수 십 번 되풀이해서 읽었다. 로마는 두 번 방문했고 보름 가까이 있었다. 그래도 가이드 투어를 신청해서 따라다닐 생각이다. 내가 놓친 것들도 많을 것이고, 아이들한테도 더 유익할 것이다. 보여주고 싶은 곳이 많은 도시다. 


숙소는 테르미니 역 인근에 정했다. 처음엔 호텔을 7일간 잡으려고 했다. 이탈리아에는 가성비 좋은 호텔이 많다. 아내가 한인민박에도 가 보자고 해서 로마 도착 후 처음 2박 3일은 한인민박에서 묵기로 했다. 정확하게는 아내가 한인 민박의 한식이 먹고 싶다고 했다. 유럽을 20일 넘게 다니면 한식이 먹고 싶어 질 것 같단다. 그 말에 동의는 하지만, 아직 유럽으로 출발도 안 했는데 벌써 오래간만에 한식을 먹는 것처럼 입맛을 다시고 있다. 신기하다. 나도 한인 민박에는 가 본 적이 없어 어떤 곳인지 몰랐는데, 한식도 주고 저렴하고 괜찮은 것 같다. 나머지 4박 5일은 호텔에서 묵을 생각이다. 로마는 다른 서유럽 국가들보다 식도락을 즐기기 좋다. 지중해 기후가 주는 풍요로운 식재료도 좋고, 오랜 역사가 만들어낸 음식의 기술도 뛰어나다. 조상님들이 먹여 살리는 관광의 도시이다 보니 어지간한 음식점들은 기본기 이상 한다. 가격도 생각보다 합리적이다. 한인 민박은 2박만 하고, 나머지 날들은 호텔에 머물면서 맛집을 찾아다닐 생각이다. 이것도 아내의 계획이다. 남편은 여행 계획 짜기 바쁜데, 아내는 그 옆에서 먹을 계획과 다이어트 계획을 동시에 짜고 있다. 아내를 신기한 듯 쳐다보니 왜냐고 묻는다. 사랑한다고 대답해 주었다. 나는 참으로 현명한 사람이다. 



일정 짜는 간단 팁 - 숙소는 역세권이 좋다


비행기표를 끊으면 여행은 시작된다. 보통 최저가로 항공권을 끊는데, 그런 경우 취소 수수료가 만만하지 않다. 그래도 여행을 갈지 말지 망설여진다면 항공권 결제 직후가 여행을 무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항공권은 대부분 당일 취소가 가능하며, 며칠 지나 취소한다고 하더라고 상당액을 돌려 둔다. 


숙소까지 예약해 놓으면 여행 계획은 끝났다고 본다. 혼자 배낭 메고 떠나는 여행이야 다리 뻗으면 자는 곳이고, 주저앉으면 쉬는 곳이지만 가족 데리고 다니면서 바람 부는 대로 김삿갓처럼 다닐 수는 없다. 일정을 짜고, 일정에 따라 호텔을 정하게 된다. 가족 여행에서 숙소를 정했다는 말은 여행 계획을 끝냈다는 말이 된다. 


호텔은 역세권에 정하면 크게 후회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어른들이 집 살 때 역세권, 역세권 하는 이유가 있다.  어느 나라이건 간에, 도심 지하철 옆의 호텔은 대부분 관광지에 쉽게 갈 수 있다. 도심에서 너무 떨어진 지하철 역은 추천하지 않는다. 거리가 먼 것은 둘째 치고, 상당히 힘이 든다. 여행 일정이라는 것이 보통 아침에 시작해서 저녁에 끝나는데, 이게 출퇴근 시간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외곽에서 도심으로 지옥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과 함께 지하철 여행을 하게 된다. 기껏 시간과 돈 들여 떠난 여행에서, 굳이 다른 나라의 출퇴근 경험까지 해 볼 필요가 있을까? 하긴 사람 많은 지하철에 끼어서 고생하고 있는데, 코 바로 앞에서 서양인들 특유의 체취와 데오드란트가 섞인 묘한 냄새가 올라와 속이 메슥거렸던 기억은 오랫동안 강렬하게 남긴 한다. 추억까지는 아니어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은 만들어진다. 취향이 그쪽이라면 해 보는 것도. 


정리하면, 가고 싶은 곳을 리스트로 만든다. 리스트를 돌아볼 수 있는 최적의 길을 찾아 그룹을 만든다. 그리고 관광지 그룹을 바탕으로 숙소를 정한다. 가급적 역세권으로. 숙소는 여행의 베이스캠프다. 전진과 후퇴, 보급과 휴식이 이루어지는 기지이다 보니, 정말 중요하다. 숙소 예약이 마무리되었으면, 여행 일정 짜는 일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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